디엘이앤씨, 산재사망 노동자 8명 유족에 공개 사과
디엘그룹(옛 대림그룹)이 지난 8월 부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KCC 소속 일용직 노동자 강보경씨(29) 등 디엘이앤씨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8명의 유족에게 21일 공개 사과했다. 강씨가 숨진 지 103일 만이다. 원청 대기업이 건설노동자 사망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디엘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본사에서 강씨 유족·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와 합의 조인식을 열고 “디엘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강보경님과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디엘그룹은 사과문에서 “안전기준을 수립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예방조치가 충분치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다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디엘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와 KCC 정재훈 대표이사는 전날 강씨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에게 직접 사과했다.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지난달 18일부터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회사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디엘그룹은 이해욱 그룹 회장, 마창민 대표이사, 곽수윤 디엘건설 대표이사 공동명의로 22일 조간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마창민 대표이사, 정재훈 대표이사가 강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선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디엘이앤씨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7건(사망 8명)의 원인, 재발방지대책 등이 담긴 조사 보고서를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제출했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조인식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건설사가 중대재해 원인, 재발방지대책이 담긴 사고 조사 보고서를 합의 과정에서 제출한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씨 누나 강지선씨(33)는 “당연한 사과를 받으려면 유족이 길거리에서 비도 맞고 바람도 맞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솔직히 어머니께는 (이번 사과가)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동생보다 앞서 돌아가신 희생자 일곱 분의 유족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 어머니 이숙련씨(70)는 “아이를 보내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시민대책위는 “시민대책위 추천 전문가들이 포함되는 건설안전조사위원회 구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디엘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12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에서 못다한 과제들이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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