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분장의 기운도 돕는 황정민, 징글징글 하더라"[인터뷰]①

김보영 2023. 11.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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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했던 이태신 캐릭터, 황정민 표정보고 확신"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서울의 봄’ 배우 정우성이 수도경비관 이태신 캐릭터를 연기했던 과정, 황정민과의 연기 호흡 등을 전했다.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1979년 12.12 사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최초의 영화로, 황정민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박해준,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등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정민이 12.12 사태를 주도한 전두환을 모티브로 각색한 가상의 인물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연기했고, 정우성이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울의 봄’은 지난 9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먼저 베일을 벗은 뒤 평단 및 매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실관람객들로부터 만장일치의 상찬을 받고 있다. 영화를 둘러싼 극찬과 호평이 입소문을 탄 끝에 개봉 열흘 전부터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기준 15만 명이 넘는 사전 예매량과 50%에 육박하는 예매율로 한국 영화에 희망의 불씨를 쏘아올렸다는 평가다.

정우성은 “영화계가 어렵기는 어려운 걸 아시는구나, 이렇게 도와주시려 하는구나 생각 중”이라고 겸손을 표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반응은 너무 감사하다. 특히 요즘 극장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BEP(손익분기점)를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운 상황 속 간절한 바람이 됐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반응”이라며 “감독님은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집념을 현장에서 봤기 때문이다. 그를 보며 제가 영화를 배우기도 했다”고 김성수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의 ‘전두광’이 불이었다면, 그에 맞선 ‘이태신’을 차분하고 조용한 ‘물’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우성은 이와 관련해 “감독님이 처음 저에게 (역할과 관련해)자료로 참고하라고 제가 UN 난민 친선대사로 활동할 당시 뉴스 인터뷰 영상들을 보내주셨다”며 “그걸 받아보고 처음에 ‘무엇을 말하려 하시는 거지 나한테?’ 싶었다. 나중에 보니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응원하신 거 같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타자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조심스러운데, 가미도 되면 안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자세를 통해 이태신이 사태를 대하는 자세도 이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거 같았다”며 “전두광 패거리가 불이라면 이태신 패거리는 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저쪽(전두광)이 공심을 벗어던지고 사심으로 감정을 폭주하고 있을 때 이태신은 사태를 좀 더 이성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태신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이 영화의 메시지나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정우성은 “이태신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의미만 좇는 캐릭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건 원치 않았다. 이태신스러움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우리 모두에겐 안에 전두광이 있을 수 있고, 우유부단한 장군이 있을 수도 있고, 이태신처럼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려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 어떤 자아가 발현될지 모르지 않나. 영화가 결말이 정해져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본분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나와 일맥상통하는 감정으로 바라봐주신 게 아닐까. 그래서 이태신을 응원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해온 그조차 이태신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는 끊임없는 불확실성의 고민을 안고 임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이 캐릭터가 완성됐을 때의 형태, 어떤 모습으로 관객에게 전달될지가 불확실했다. 매 순간 잘 한 게 맞나 싶었다. 사실 ‘잘 한 것’에 대한 기준마저 없었다”면서도 “답답하고 궁지에 몰린 심정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않으려 자꾸 안으로 되새기고 집어넣어 극복해내야 했다. 연기가 끝나고 난 다음 해치운 느낌이 들지 않고 답답함이 계속 유지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칭찬도 화끈히 해주시지 않고, 칭찬을 해주시더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서 모자른데도 배우가 더 잘 할 수 있게 응원을 해주실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상대 배우가 이태신을 봤는지가 중요했다. 황정민 형과는 맞붙은 신이 많지 않았다. 복도에서 한 번, 바리케이트 넘어서 또 한 번 정도였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장면을 리허설한 적이 있는데 그 장면을 마친 후 정민이 형의 표정에서 ‘이태신을 봤구나’를 느꼈다. 그 때 황정민 형의 표정 등을 통해 스스로에게 확신할 수 있는 기운을 얻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전두광으로 분한 황정민과 연기하며 놀랐던 적도 많다고. 정우성은 “징글징글하더라. 타 죽을 뻔했다”며 “(그의 기세와 열기에) 타 죽지 않으려 노력했다. 부딪히는 신은 별로 없었지만 부럽기도 했다. 사실 배우가 의상 및 분장에서 얻는 기운과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민이 형은 분장의 기운까지 도와주는구나 생각했다”며 “대립각에 선 인물이어서 시선을 마주치며 기싸움하기엔 부담이 됐다. 그럴수록 더 많이 그를 관찰하고 지켜봤다. 분석하지 않고, ‘아 이게 전두광이구나, 저렇게 감정적 폭주를 하는 사람 앞에서 이태신은 감정적으로 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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