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즌 동안 1만분 출전…바르사·스페인의 욕심→가비 시즌 아웃 불렀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무리한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영국 매체 '90min'이 파블로 가비의 시즌 아웃을 그간 누적된 과도한 출전 시간에서 찾았다. '90min'은 21일(이하 한국시간) "가비는 그동안 엄청난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2021년 17살 때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데뷔한 가비는 이후 세 시즌 동안 총 9,567분을 뛰었다. 빠르게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 주전으로 올라서며 혹사당했다. 20살이 안 되는 나이에 1만 분에 가까운 시간을 출전하며 부상 위험도를 높였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또 다른 스페인 출신의 바르셀로나 유망주 페드리와 비교했다. 2002년생인 페드리 역시 어린 나이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선보이며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중원 어디서 뛰어도 자기 몫을 했다. 기술이 굉장히 뛰어나고 축구 지능이 높았다. 수비 가담, 왕성한 체력까지 갖추고 있어 동나이대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10대 때부터 이미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 즉시전력감이었다. 2019-20시즌부터 4시즌 동안 누적 출전 시간이 1만 2,767분에 달했다.
결국 서서히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현재 바르셀로나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태다. 페드리 역시 어렸을 때부터 혹사를 당해 몸이 버티질 못했다.
가비는 페드리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프로 데뷔 후 첫 두 시즌 동안은 가비가 페드리보다 많이 뛰었다. '90min'은 "어린 나이에 무리한 출전 시간이 가비와 페드리의 부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는 의사들이 얘기해줘야 할 문제다. 다만 두 선수 모두 다치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비는 지난 20일 스페인과 조지아의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A조 10라운드 경기에 나섰다가 다쳤다. 전반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고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나갔다.
검사 결과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과 외부 반월판 연골 부상. 곧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회복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시즌 아웃을 의미하는 셈이다.
가비는 조지아전 부상으로 라커룸에 간 뒤 울부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매체 '렐레보'는 21일 "가비는 부상 당시 바르셀로나 의료진의 초기 검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스페인 라커룸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정신적으로 무너진 가비를 지켜봤다"며 "의료진 얘기를 들은 가비는 그럴리 없다며 경기에 뛰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다. 라커룸이 다 울릴 정도로 울부짖었다. 가비 스스로도 무릎 부상 정도가 크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스페인 대표팀 닥터가 내린 초기 진단부터 가비는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조지아전 전반이 끝나고 스페인 라커룸은 가비의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대표팀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스페인이 조지아를 3-1로 이겼지만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지더라도 이미 유로 2024 본선 진출은 확정한 상태였다. 굳이 무리해서 주전인 가비를 선발로 내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페인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가비를 선발로 내보냈다.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 현지 여론도 라 푸엔테 감독에게 좋지 못하다. 라 푸엔테 감독은 "우리 모두 절망했다. 라커룸은 완전히 경기에 패배한 팀 분위기였다. 큰 상실감이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로드리에 이어 가비까지 유망주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과도한 혹사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선수 커리어 대부분의 출전 시간 지분은 바르셀로나가 갖고 있다.
페드리, 가비의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그만큼 부상 정도가 심하다. 바르셀로나는 불똥이 떨어졌다. 2004년생 가비는 바르셀로나의 현재이자 미래라 불리는 에이스. 유스 시절부터 바르셀로나에서만 뛰며 성장했다. 유명한 바르셀로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인 라마시아에서도 역대급 재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동안 바르셀로나는 유스 시스템을 통해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헤라르드 피케, 페드로 로드리게스, 카를레스 푸욜, 사비 에르난데스 등을 키웠다.
가비도 그중 하나. 선배들의 길을 착실히 따라갔다. 유스 팀, 바르셀로나B 팀을 거쳐 2023년 바르셀로나 1군 팀에 콜업됐다. 그의 나이 20살도 안 된 시점이었다.
팀의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와 윙어를 오가며 바르셀로나 공격을 이끌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다운 화려한 발기술과 축구 센스가 곁들여졌다. 패스와 슛의 정확도도 뛰어났고 탈압박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축구의 제격이었다.
사비 바르셀로나 감독도 가비를 팀 전술의 핵심으로 삼았다. 넓은 시야와 풍부한 활동량, 축구 지능으로 상대 수비를 읽고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당연히 이적 시장에서 인기도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등 프리미어리그 빅클럽들이 가비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바르셀로나는 일찍이 가비와 장기 계약을 맺으며 다른 팀들의 관심을 사전 차단했다. 지난 시즌 도중 2026년까지 유효한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시즌도 가비는 바르셀로나에서 빠질 수 없는 선수였다. 경고 누적 징계로 쉰 두 경기를 제외하면 스페인 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모두 나섰다.
스페인 대표팀도 울상이다. 가비 없이 내년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 본선을 준비해야 한다. 당초 내년 7월 열릴 파리올림픽에서도 가비의 출전이 유력했으나 지금은 미지수가 됐다.
가비는 2021년 이탈리아전을 통해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출전(17세 61일),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체코전에서 득점해 최연소 득점(17세 304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주축 미드필더 프랭키 더 용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다. 여기에 가비까지 다쳤다. 스페인 라리가 1위 탈환이 더 쉽지 않아졌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1위 지로나에 승점 4점 뒤진 3위에 있다.
실제로 가비는 스페인 성인 대표팀 데뷔 이래 한 번도 결장한 적이 없다. 모든 경기에 뛰었다. 27경기 중 23경기가 선발이었다. 당연히 체력 부담이 심했다. 조지아전에서도 스페인 대표팀 선발 대부분이 로테이션 멤버로 꾸린 것과 달리 가비만큼은 주전으로 계속 뛰게 했다.
가비의 부상 부위도 치명적이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운동선수로서 치명적인 부상이다. 치료와 재활에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린다. 운동능력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기량이 급격히 퇴보된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은 서로 책임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그 사이에 고통받는 건 가비다. 양측의 욕심이 결국 유망주의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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