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정찰위성 이르면 22일 발사…‘러시아 기술’로 2전3기 성공하나

박광연·유새슬 기자 2023. 11. 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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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달 22일~다음달 1일 발사’ 통보
러시아 지원으로 성공 가능성 크다는 평가
김정은 올해 성과 기대···남한과 군비 경쟁
발사 성공 시 핵·미사일 위협과 신냉전 고조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로 남북 긴장 격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이르면 오는 22일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단행한다.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아 성공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미사일 위협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남한의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을 초래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21일 새벽 일본 해상보안청에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일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일본 NHK가 이날 보도했다. 앞서 두 차례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세 번째 추진한다는 것이다.

예고 기간의 첫날인 오는 22일 발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5·8월 실패한 1·2차 발사 모두 예고기간 첫날 새벽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첫날 새벽 발사)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북한이 기상(상태)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월 두 번째 발사 실패 직후 ‘10월 중 3차 발사’를 공언했지만 연기됐다.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지원까지 받으며 ‘무조건 발사 성공’을 위한 기술적 보완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여 간 잠행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러시아 기술 지원이 접목된 만큼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에서 기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간 문제가 발생한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과 조악하다고 평가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 성능이 개선됐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위성 발사의 주요 변수인 기상 상태도 고려해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기 전에 3차 발사를 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올해 주요 국방 성과로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연내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목표했을 수도 있다. 오는 30일 예정된 남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앞서 성공하려는 군비 경쟁 성격도 커 보인다.

북한은 1·2차 발사 때와 같이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위성 발사를 사전 통보했다. 주변국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제기구의 절차를 준수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의 합법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연구사 리성진 명의 논평에서 남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추진을 “극히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자국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추진을 “주권적 권리”로 정당화했다. 통신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분별한 우주군사화 기도는 우리 국가로 하여금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비롯한 자위적 우주개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시도를 규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우리 안보는 물론 역내 안보를 심각히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발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지난 5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첫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정찰위성이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며 선제·정밀타격 역량을 극대화해 핵 공격 위협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러시아 기술 지원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상징해 ‘신냉전’을 격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1·2차 발사 때와 달리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의 빌미로 작용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발전법을 보면 남북 간 합의한 어떤 사항도 국가안보를 포함한 중대 사유가 발생할 경우 부분 또는 전체에 대해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기술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 조항 내용에 따라서 우리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했는지가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그 도발의 내용과 폭이 어떻냐에 따라서 9.19 합의를 포함한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해서 우리의 필요한 조치도 그 폭과 내용이 결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단행 시 9·19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남북의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해 국지적·우발적 충돌을 막는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현실화되면 북한은 판문점 선언 파기와 함께 고체연료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고강도 맞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이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터라 긴장이 격화할 소지는 다분하다. ‘떠다니는 해상 기지’로 불리는 칼빈슨함은 길이가 333m, 폭이 76.4m에 달한다. 이날 갑판에 전투기 수십 대가 빼곡하게 배치된 모습이었다.

칼빈슨함 입항은 북한 군사정찰위성과는 무관하게 한·미가 사전 협의한 사안이다. 해군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과 ‘한·미가 함께 하는 확장억제’ 공약을 행동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입항 기간에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이뤄지면 한·미 해군의 공동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발사를 강행한다면 연계해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21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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