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등포 살인교사 혐의 모텔업주, 억울함 호소하며 ‘재개발사업’ 복귀
경찰 “증거인멸 정황 보완해 영장 재신청”
서울 영등포구 80대 건물주 살인사건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40대 모텔 주인 조모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토지주들에게 무죄를 주장하며 쪽방촌 재개발사업에 전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씨가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피해자와 원한 관계가 생겼다고 의심한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조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15일 오후 11시3분쯤 영등포 재개발 구역 토지주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에 “저희 사업장 주차장에서 일하던 직원의 우발적인 범행에 말도 안 되는 근거와 정황만으로 공범으로 몰려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48시간 경찰서에서 신세를 지고 나왔다”고 썼다.
이어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와 사건 간 연관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된다”면서 “경찰의 혐의 조작으로 구속의 기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하는 판사가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은 범죄와 저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입장문 말미에 “공공개발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며 저는 다시 본 궤도로 돌아와 힘차게 달려 나가려 한다”고 했다. 조씨는 2020년부터 시작된 영등포 공공주택재개발사업에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아 주로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살해당한 A씨도 토지 소유주로, 조씨가 보상금을 더 받게 해줄 테니 차액 일부를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조씨와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었다.
조씨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압수되자 동생 이름으로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를 토지주들에게 공지했다. 조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모텔 주소에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세워 운영했는데, 조씨 동생도 이 회사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80대 건물주 A씨가 주차관리인 김모씨에게 살해당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조씨가 범행도구를 준비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도주 경로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삭제하고 혈흔을 닦는 등 증거인멸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조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김씨의 구속영장만 발부했다. 조씨에 대해선 “살인교사 범행 관련 공범 진술이 주된 증거자료인데 관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특히 그 진술에 의한 살인교사 동기도 납득하기 어려워 공범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보완해 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실행 동기와 다른 공범이 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조씨는 이날 통화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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