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고객정보 기한 없이 보유 논란

당시 설계사 위촉 해지 때로 보유 기간 설정
금감원 종합감사 끝나고 올 초에 일괄 폐기
감독당국 "해촉 기간 아닌 동의 기간이 기준"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동양생명이 과거에 수집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기한 없이 보유하다가 올해 초 모두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유 기간을 설계사의 위탁계약 종료 시점으로 설정해 수집할 수 있는 규정을 활용했다.

21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동양생명이 보유했다가 삭제한 정보는 계약 체결 전 동의한 고객의 개인정보(이하 개인정보)다. 계약 체결 전 동의는 가입설계서 작성을 위한 사전 절차로, 이때 수집하는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 식별정보와 진료기록,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신용정보)정보다.

금융감독원과 동양생명 사옥 [사진=뉴시스]

보유한 기간은 굉장히 길었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5년 2월 이전까지 개인정보를 모집 종사자의 모집위탁 계약 종료 시점으로 명시해 동의받았다. 개인정보 보유와 이용 기간을 설계사 퇴직까지 설정해 놓았다는 의미다. 설계사가 동양생명에 소속돼 있는 한 개인정보를 무기한으로 보유할 수 있었다. 올해 2월 8일을 기점으로 모두 삭제했다.

동양생명이 적어도 8년 이상 다수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생명은 2015년 2월 이후부턴 보유 기간과 이용 기간을 각각 3개월에서 1년 이내로 정해 수집했다. 이날 기준 가입설계 등을 위한 정보는 수집과 이용 동의한 날로부터 1년까지 보유하고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5년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개인신용정보 관리가 법적으로 강화되면서 이때부터 개인정보 동의가 1년 단위로 짧아졌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설사 과거 적용 시점에 개인정보 동의 기간이 길어 당시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보유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 설계 관련 개인정보를 이렇게 오래 보유했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개인정보 관련 내부 검사를 하는데, 과거 모집할 때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는 해촉될 때까지 보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동의를 한 기간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봐야 한다"라며 "자세한 건 살펴봐야겠지만, 이런 부분이 (보유하는) 기간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2015년 2월까지 계약 체결 전 동의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유했지만, 올해 초 모두 삭제했고, 개인정보 수집과 보유는 당시 협회 표준안에 따라 취득했고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동양생명이 지난해 금감원 종합검사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 검사 후 폐기했다는 얘기다. 회사는 올해 2월에 개인정보 전면 삭제에 대해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사회 전반 기조에 맞추어 모집종사자의 해촉 시점과 관계없이 관련된 개인정보들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