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선박 납치에 ‘물류 위기’ 우려하는 日…자위대 투입도 주목
이란과 우호관계에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응징하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19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운항 중이던 선박 ‘갤럭시 리더’ 호를 나포하면서, 피해국인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향후 이어질 물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나포 사건이 일어난 홍해 남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로 향할 수 있는 해운의 요충지”라며 “연간 2만척 이상, 세계 해상무역의 약 10%가 통과하는 수에즈 항로의 해운이 막히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도 커 충격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포 피해를 입은 해운사인 ‘닛폰유센’의 경우, 소속 선박이 지난 1년간 홍해를 오간 횟수만 약 560차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에즈 운하는 자동차와 화석연료, 곡물 등 다양한 화물들이 오가는 국제 물류의 대동맥이기에 해운사 뿐 아니라 무역·자동차 등의 관련 업계에도 긴장이 커지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 곳에서의 운송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공급망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사건이 에너지 수급에는 당장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페르시아만에서 출하돼 홍해는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에서 유럽으로의 원유 수출은 일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망했다.
홍해를 통과하던 해운사들은 이번 사건 이후 같은 노선을 유지해야 할지 고심에 빠졌다. 일부 해운사들은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 이 역시 마뜩치 않은 대안이다. 홍해를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 방향으로 운송하면 항행 거리가 약 20% 늘어나고 일수는 1주일 가량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해운·물류 분석가인 케네스 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팬데믹 시대의 공급망 혼란 사태처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연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내에서는 홍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앞서 일본은 해적대처법에 근거해 2009년부터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 해상자위대 함선과 초계기를 파견해 자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한 바 있다. 2020년부터는 방위성 설치법에 근거해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북부, 아덴만 등 3개 해역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실시했다.
하지만 홍해 일대는 일본 정부가 정한 자위대의 활동 범위 바깥이며, 해적 대처법이 정하는 ‘해적 행위’는 금품 강탈 등의 사적 목적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후티 반군과 같은 무장조직은 해당하지 않는다. 마이니치는 “(이같은 상황에서) 자위대가 대응하면 헌법이 금지하는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사안에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는지의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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