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알린 '부산' 브랜드…엑스포로 산업체질 고도화
부산시민의 염원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은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시민들은 서면 교차로와 부산시민회관 등 주요 거점에서 엑스포 응원 열기를 지핀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일인 28일(현지시간)까지 시민들은 응원 열기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엑스포 전환기' 들어선 부산시
엑스포에 대한 시민 열기는 이 행사가 가진 경제적 파급력 때문이다. 방문 관람객 5050만 명, 생산유발효과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 등 막대한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인구 유출로 몸살을 앓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엑스포를 치른 중국 상하이는 개최 후 10년 동안 방문객이 834만 명 수준으로, 엑스포 개최 전 10년(458만 명) 대비 81.9%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런 효과는 투자액으로도 입증된다. 엑스포가 열린 2010년 상하이에 투자된 외자 총액은 1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나 올랐다. 이 기간 상하이 주변 지역 투자도 최대 50% 증가한 것으로 부산상의는 분석했다.
유치와는 별개로 엑스포 유치 과정 자체로 부산은 이미 성장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분석하는 세 가지 포인트는 △도시 브랜드 확립 △인프라(숙원사업 해결) △시민 자신감 회복으로 압축된다. 아시아권에 머물렀던 부산의 도시 브랜드는 정부와 대기업의 전폭적인 엑스포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유명 여행 플랫폼을 통해 관광도시 부산이 상위권 순위에 포진하면서 최근 외국인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다. 이외에 글로벌 스마트도시, 핀테크 등 혁신 기술 영역에서도 부산의 순위가 올랐다.
가덕신공항 개항과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두 개의 대형 인프라 사업이 속도를 올리면서 부산시는 이와 연관된 다양한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북항 재개발 사업지를 중심으로 인근 영도구와 남구 일대를 지역 혁신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엑스포 개최지는 엑스포 이후 도심 속 경제자유구역으로 탈바꿈한다. 박 시장은 “부산은 이미 엑스포에 따른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며 “파리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으로 미래 개척
엑스포 개최를 위한 부산의 전략은 ‘부산 이니셔티브’로 요약된다. 기후위기, 보건, 문화, 노동 등 각 영역에 걸친 인류의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연대다. 부산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구성해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각국 도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기술은 지역 산업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최성철 부경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교수는 교원창업기업 ‘팀리부뜨’를 설립해 카카오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해 생성형 AI 기술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팀리부뜨의 첫 사업 대상은 무역업무 간소화다. 국가별, 기업별로 천차만별인 무역 문서를 AI가 간소화하는 기술이다. 표준화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영역인 데다 많게는 60여 개에 이르는 무역 문서를 AI가 분류하고 자동으로 문서를 생성한다.
이런 사례는 부산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6개월이나 걸리는 신발 제조 과정을 단 40일로 줄이는 AI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국 400개의 신발 부품 공장을 직접 찾아 근무자 수, 품질 등 정량 평가와 함께 대표의 성향 등 정성 평가까지 결합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신발 브랜드와 제조 공정 간 궁합도를 따지는 점수를 만들어 신발 브랜드사가 특정 신발을 제작할 때 접촉하는 각 공정에 맞는 신발 공장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발달한 AI 기술은 육상을 넘어 우주와 양자 세계로 향한다. 엑스포에서 펼쳐질 부산의 미래 기술이다. 부산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산테크노파크와 함께 연합 체계를 구성해 초소형 위성 ‘부산샛’ 발사를 준비 중이다. ‘우주 헤리티지(우주 검증 이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지난 13일 부산샛의 형제 격인 초소형 위성 ‘옵저버1A’호 발사에 성공했다. 성공 이력이 있으므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앞으로 1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주축으로 한 우주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있다.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함께 부산샛 프로젝트에 참가한 텔레픽스는 부산샛에 들어가는 디지털 광학카메라라는 탑재체를 개발한다. 우주에서 부산의 해양을 관측하는 필수 장비다. 천리안 위성에 해양 관측용 탑재체를 실어 지난 20년 동안 해양을 관측하고 연구한 해양과학기술원은 텔레픽스와 함께 우주 데이터 기반의 해양 디지털 전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부산지역 기업과 대학 간 연합체를 구성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해양 침식 예측과 해양플랜트 제품 설계도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기관이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앞으로 물류 예측 시스템, 해양 미세먼지 분석, 수상 구조 등 10개가 넘는 우주 데이터 기반의 해양 데이터 플랫폼을 만든 뒤 이들을 통합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 양자 관련 영역에서의 산업화 시도도 이뤄진다. 부산시는 IBM 등 국내외 양자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미고, 관련 국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경대 교원창업기업 팜캐드는 기존 AI 기술을 뛰어넘어 양자 기반의 수리 모델이 적용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양자 물리 법칙을 거시세계에 적용하는 실험인 셈인데, 이 모델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다면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포 기대감, 투자로 이어진다
올해 부산시의 기업 투자 유치 실적은 목표치(4조원)를 훌쩍 뛰어넘은 5조원을 달성했다. 이미 내년에도 3조원대 규모의 투자를 확정 지었다. 박 시장은 “대학과 제조업 중심의 인프라 등 여러 측면에서의 부산 매력이 알려지며 투자 유치에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고무적인 점은 반도체, 전기차, 디지털 전환 등 부산 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상의 역시 엑스포 개최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대도시의 강점을 살려 부산형 복합리조트 건립 투자 등을 구상 중이다.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은 “세계 무대로 향한 부산에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며 “투자 유치 열기를 이어 나갈 방안을 지역 재계와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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