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육군훈련소 맞아?”… TV 리얼리티 예능프로 닮은 실감교육 MZ장병에 인기짱
호국정신 계승 ‘팀 미션’ 체험 학습…실감·체감·공감형 장병 맞춤 교육 현실화
힌트 찾고 문제 풀이…효과는 ‘최고’…로드맵 보며 미션 장소 찾고,낱말 퍼즐 풀기
호랑이 조교들의 불호령 속, 군기 바짝 든 훈련병들이 몸으로 악으로 빡빡 기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게 하는 육군훈련소에 TV 예능프로 리얼리티 서바이벌 게임 방식의 흥미진진한 체험형 교육 방식이 도입돼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영상에 익숙한 MZ(20∼30대, 밀레니얼+Z) 세대 장병들의 취향에 맞게 훈련방식도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군 생활 시작점인 육군훈련소는 최근 수개월에 걸쳐 개선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지난 10일 충남 논산시 선샤인랜드.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를 테마파크로 만든 이곳에 육군훈련소 28교육연대 훈련병들이 ‘호국정신 계승 팀 미션 체험학습’ 현장. 이 프로그램은 훈련병 1개 분대가 팀을 이뤄 로드맵에 표시된 장소에서 자율적으로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훈련병들이 선샤인랜드 곳곳에 숨겨진 총 6개의 미션을 찾아서 풀면, 그 보상으로 받은 키워드를 조합해 알아낸 최종 장소에서 ‘조국 수호 결의대회’를 하면서 교육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연예인들이 주인공이 돼 TV 예능프로에서 생동감 넘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게임을 보는 듯했다.
21일 육군훈련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한 호국정신 계승 팀 미션 체험학습의 저작권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 육군 교육 프로그램 중 저작권을 확보한 첫 사례다.
훈련병들은 공통으로 받은 지도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미션에 돌입한다. 장소마다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관련 내용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면서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다. 드라마 속 명장면에 자막을 입힌 해당 편집 영상은 육군훈련소가 자체 제작했다.
첫 번째 장소인 ‘대안문’에서는 하나의 문장이 훈련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만 번 죽은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일제에 의한 군대해산을 막으려다 자결한 박승환 참령의 유언이다. "군대와 국가는 운명공동체이고, 군인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교관의 설명을 듣는 훈련병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다음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차인 ‘한성전차’에서 푸는 OX 퀴즈. 선조들의 근대화 노력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문제 8개가 준비됐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훈련병들은 머리를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했다. 야심 차게 제시한 답변, 그러나 돌아온 교관의 평가는 ‘오답’이었다.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지자 교관은 틀린 부분을 바로 잡아주면서 교육효과를 높였다.
다음 미션 장소인 한성전기 건물 2층에서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가 훈련병들을 맞았다. 영상에서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싸운다"는 선조들의 외침이 흘러나오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곳 미션은 ‘태극기 위에 조국 수호의 사명을 다짐하며 수결하라’. 훈련병들은 저마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태극기에 찍었다. 수십 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이들처럼, 조국 수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훈련병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마침내 알아낸 최종 장소와 미션은 ‘의병추념공원에서 조국을 밝히는 불꽃이 되어라’였다. 훈련병들은 선조들의 애국심·호국정신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조국 수호 사명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로 미션을 마무리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훈련병들은 앉아서 듣는 강의가 아닌 체험 방식의 교육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훈련방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김지석 훈련병은 "‘내가 왜 군복을 입고 이 자리에 서 있으며, 우리의 적은 누구이고, 왜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며 훈련 방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육군훈련소 교관들은 프로그램 완성도에 만전을 기했다. 권요한(상사) 소대장은 "훈련병들이 입영 전 배운 역사는 이론 위주였지만, 군인으로 신분이 바뀐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국가관과 애국심을 기르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훈련병들이 한 단계 성장하고, 나중에 후임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육군훈련소가 내놓은 정신전력 교육 개선안은 크게 △실감형 △체감형 △공감형으로 나뉜다. 실감형은 대적관 확립을 목표로 정신전력 교관이 적의 개념과 북한의 위협을 주제로 강의하고, 교육 영상 시청과 가상현실(VR) 체험, 서술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체감형은 앞서 소개한 선샤인랜드뿐만 아니라 부대 인근에 있는 ‘1950스튜디오’에서도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주로 대적관 체험형 교육을 한다. 6·25전쟁 바로 알기 OX 퀴즈, 6·25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전투 역사 나열하기, 학도의용군의 마음으로 편지 작성하기 등으로 대적필승(對敵必勝)의 의지를 신념화하도록 한다. 공감형은 음악과 함께하는 콘서트식 안보교육이다. 영화 ‘영웅’ OST인 장부가와 아리랑, 비목 등의 노래를 군악대가 연주한다. 장병들은 공연을 즐기는 것은 물론 퀴즈와 교육으로 정신전력을 강화한다.
개선안은 기존 교육의 단점을 훌륭하게 보완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수십 명이 모여 강의를 듣는 방식인 데다, 협소하고 낡은 장소 탓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근 교육 트렌드와 MZ세대가 선호하는 방식에 맞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조웅(준장) 육군훈련소 참모장은 "서울 전쟁기념관에 갔는데 외국인과 군인이 많은 걸 보고 훈련병들에게도 이런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논산시와 선샤인랜드의 협조 덕분에 새로운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모습을 잘 구현한 역사교육의 현장인 만큼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개선안은 현재 시범교육 중이다. 육군훈련소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의 만족도와 효과를 확인하고,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훈련병 중심의 체험·참여형 교육이 가능한 ‘정신전력교육센터’ 설립을 중기계획에 반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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