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유쾌한 결별’ 임박했다…국힘 선택 현실적으로 유력”
“‘이재명 사당’에 두 손 들었다…1% 변화 가능성도 없어”
“당에서 집단 린치 당해…메아리 없는 외침에 무력감”
“‘원칙과 상식’과 시차 커 합류 안 해…독자적 신당 창당도 고민”
(시사저널=구민주·이원석 기자)
5선의 비(非)이재명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딸들에게 점령돼 '이재명 사당'이 되어버린 당 상황에 두 손 다 들었다"며 "1%의 변화 가능성도 없는 당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제 '유쾌한 결별'을 해야 할 때"라고 탈당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을 나갈 경우 주어지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면서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쳐 온 이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그동안 집단 린치와 같은 괴롭힘을 당하며 정치적 공간을 빼앗겨 버렸다. 사실상 쫓겨나는 모양새"라며 끝내 탈당으로 뜻을 기운 이유를 밝혔다. '신당 합류설'과 관련해선 "지금 신당들은 모두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이들이 자리를 잡길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탈당'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운 상태인가.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민주당에서 제가 정치 활동을 이어갈 공간이 더는 없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란 걸 깨달았고, 그 후론 무력감에 빠져버렸다. 에너지도 상당히 소진돼 있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당내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더 싸워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미 너무 무용(無用)해졌다. '죽일 놈, 살릴 놈' 하지 않고 '유쾌한 결별'을 하려 한다."
12월 초로 결단의 시기를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4년 열린우리당을 시작으로 5선에 이르렀는데, 막상 정 들었던 민주당을 떠나려니 정서적으로 주저함이 없을 수가 없다. '왜 저리 주저주저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마음 속 원심력과 구심력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번거로움도 왜 없겠나. 다만 그럼에도 12월 초로 데드라인을 정한 이유는 더 결단을 미루는 건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최근 비명계(혁신계) 의원 4명이 '원칙과 상식' 모임을 출범시켰다. 끝내 함께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서로 시차가 분명했다. 원칙과 상식은 당내 민주주의와 도덕성 회복 등을 지도부에 요구했다. 제 기준에선 그 얘긴 이미 끝난 것이었다. 전 민주당이 변화할 가능성은 1%도 없다고 보고 두 손 든 상황이다. 이젠 행동만 남았다는 입장인데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당을 향한 일종의 미련이 이해가 안 됐다."
4명의 의원들은 민주당이 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건가.
"정말 그런 희망을 갖고 있는 건지, 당 안에서 마지막까지 애써보려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탈당을 위해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들이 심적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당의 변화를 기대하는 건 이미 끝났다."
이재명 대표는 당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건가.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데 무슨 통합인가.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겉으로는 당내 이 대표 책임론이 잠잠해진 건 맞다. '이재명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버렸다. 불신과 의심은 그대로인데 근본적인 문제를 그냥 잠시 덮어둔 꼴밖에 안 된다. 그래놓고 아무 문제없는 듯 평온한 척을 하니, 오히려 더 숨 막히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당 안팎에선 '지금은 힘을 합쳐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할 때'라는 비판도 하는데.
"우리 당의 존재 목적이 윤석열 정부를 막는 것인가? 정부의 폭주를 막자고 외치기 전에, 다수 의석을 가진 제1당으로서 우리 당이 하고 있는 폭주부터 멈춰야 한다. 탄핵을 오남용하고, 이재명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의 직무를 중지시키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해 손가락질 하면서 이 대표 리스크는 비호하기 바쁘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입법권 남용 과오를 저지르려 한다. 이러니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신당을 창당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의원님은 '민주당이 변화하면 당에 잔류한다'는 전제조차 없는 상태인가.
"그런 것 없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대통령의 변화'라는 조건을 내걸며 디데이 카운트다운을 세는 건 비겁한 행위라고 본다. '변화'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마음이 섰으면 좀 더 명확하고 정직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지 않았나. 그 때 어떤 이야기 나눴나.
"당시엔 신당 얘긴 거의 나누지 않았다. 오히려 제가 신당 창당을 권했다. 이 전 대표 정도 나이엔 넘어져도 보고 또 다시 일어나 도전해보고 그런 것이 전부 자원이 되니 한번 해보라고 했다. 다만 혼자선 한계가 있으니 금태섭‧양향자, 그리고 민주당 일부 세력과 공통분모를 찾아 연합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아직까지 신당 세력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어 아쉽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 얼마나 되나.
"당을 나갈 경우 현실적으로 택할 곳이 많지 않다. 사실상 국민의힘 아니면 신당이다. 그런데 신당들은 전부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 손 놓고 마냥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곳은 국민의힘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국민의힘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과연 그곳에서 제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할 공간이 있는지 없는지 더 판단해봐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힘 합류는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곳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걸 좀 더 고민하고 판단해볼 것이다. 국민의힘을 간다고 양지를 택하는 것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음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고 국민의힘의 총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사실 민주당에서 집단린치를 당해서 쫓겨나는 것 아닌가. 어디든 중진 의원으로서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택할 것이다."
신당 창당을 주도할 마음은 없나.
"사실 하고 싶기도 하다. 신당 만들자는 의견도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세력이 약하다. 현실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많은 만큼 심사숙고할 것이다. 아예 닫아둔 건 아니다."
불출마도 고려 중인가.
"불출마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민주당 내에서 당한 각종 공격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딸이 원하는 게 이것 아니겠나. 괴롭혀 주저 앉히는 것. 따라서 어떻게든 6선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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