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가족 만난 네타냐후 "하마스 소탕·인질석방 똑같이 중요"

이스라엘 전시내각, 인질 가족과 면담…가족들 "실망스럽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인질 석방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말살보다 우선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다른 전시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이날 저녁 인질이 된 이스라엘인들의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사촌을 납치했다는 우디 고렌은 "우리가 들은 건 하마스를 무너뜨리는 것과 인질 구출은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럽다"면서 "그들은 하마스를 무너뜨리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과 관련해서도 세부 사항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고렌은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혹은 교전 중지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하마스가 궤멸하기 전에는 전쟁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해 왔다.

다만 이번 면담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마스는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21일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카타르의 형제들과 중재자들에게 답변을 전달했다"며 "우리는 휴전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카타르의 중재로 하마스와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이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로이터 통신은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보도를 인용,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여성과 미성년자를 하마스의 인질이 된 여성 및 어린이와 교환한다는 내용이 합의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민간인과 외국인 등 1천400여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가자지구로 납치해 인질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재까지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은 4명이고, 1명은 이스라엘군에 구조됐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수색을 진행한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인질 두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으나, 인질 대부분은 아직 행방이 묘연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지상군이 장악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의료시설이 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0일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네시아 병원 2층에 포탄이 떨어져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 12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포격을 가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인도네시아 병원 내부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먼저 총격을 가했고, 이에 총기로 응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환자와 의료진을 '인간방패'로 삼을 목적으로 가자지구 내 주요 병원들을 지휘본부나 인질 억류 장소 등으로 써왔다고 말해 왔다.

최근에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네팔인과 태국인 인질로 추정되는 남성들을 알시파 병원 내부로 옮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치료를 위해 인질을 병원에 데려갔을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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