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컨베이어 벨트 없는 미래형 공장… 현대차그룹 HMGICS
조립 속도 늦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
조립 끝나면 로봇 ‘스팟’이 AI로 품질 확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30분 달려 도착한 주롱 혁신지구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건물 3층에 있는 제조 공간에 들어서자 자동차 공장의 상징인 컨베이어 벨트가 없었다. 대신 타원형의 소규모 작업장 ‘셀(Cell)’이 여러 개 줄지어 선 모습이 보였다. 셀 안에는 직원 한 명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 하나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 생산 공장보다는 아틀리에(예술가의 공방)가 연상됐다.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100여 년 만에 나타난 자동차 제조 혁신이 눈 앞에 펼쳐졌다.
현대차그룹은 약 3년의 공사를 거쳐 21일(현지시각) HMGICS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보다 앞선 16일 국내 언론에 HMGICS 내부를 공개했다.
◇ 컨베이어 벨트 대체한 자율주행 로봇
HMGICS가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은 기존의 공장과 완전히 달랐다. 컨베이어 벨트에선 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부품을 장착한다. HMGICS에선 자율주행 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이 평평한 바닥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각각의 셀로 부품을 나른다.
AMR에는 라이다(Lidar)와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과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피한다. 초당 최대 속도 1.8m로 움직이며 기민하게 물류 업무를 수행했다. 가정용 로봇 청소기처럼 배터리 용량이 20% 미만으로 줄면 스스로 충전기 앞으로 이동한다. 셀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공정은 로봇이 맡고, 사람은 생산 현황을 파악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일정 수준 조립된 차체를 옮기는 건 또 다른 로봇인 무인운반차량(AGV·Automated Guided Vehicle)의 몫이다. AGV는 바닥에 있는 QR코드를 읽으며 셀과 셀 사이를 이동한다. 차체를 운반하는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며 컨베이어 벨트가 불필요해졌다.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은 효율성이 높지만, 3가지 안팎의 차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구조다. 다차종을 생산하거나 소비자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컨베이어 벨트가 없는 HMGICS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신차를 주문하면 그때부터 유연하게 맞춤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양산 중이다. 향후에는 양산차 뿐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PBV(목적기반차), AAM(미래항공모빌리티) 기체까지 만든다. 허일권 HMGICS 생산실장은 “자동차 공장의 일반적인 공정 자동화율은 10%대에 그친다”며 “반면 HMGICS의 자동화율은 46%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끝단엔 조립 상태를 최종 확인하는 품질 검사원이 있다. HMGICS에선 이 업무를 로봇개 스팟이 맡는다. 작업자가 여러 부품을 차에 조립하면, 스팟이 조립 부위를 촬영한 뒤 이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조립 품질을 확인했다.
◇ 1층에 스마트팜, 옥상에 스카이 트랙
HMGICS는 단순히 생산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주문부터 인도까지 차량 제조의 전 과정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신개념 고객 경험(CX) 공간이기도 하다. 고객은 자동차를 주문하고 인도받기까지 제조의 전 과정을 HMGICS에서 경험할 수 있다. 건물 내에서 가상 현실(VR) 투어를 통해 자동차 조립 과정을 경험할 수 있고, 3층의 제조 공간을 실제 두 눈으로 관람할 수 있다.
조립을 마친 신차는 건물 옥상에 있는 주행시험장 ‘스카이 트랙’으로 옮겨진다. 총 620m 길이의 스카이 트랙은 직선 코스와 최대 기울기 33.5도의 코너링 코스를 갖췄다. 고객은 이곳에서 자신이 주문한 차를 시승할 수 있다.
HMGICS 1층과 3층에는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이 설치돼 있었다. 싱가포르는 농토의 비율이 1%에 불과해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식량 생산 비율을 30%까지 높이려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팜을 통해 싱가포르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HMGICS 스마트 팜은 9가지의 식물을 재배한다. HMGICS는 방문객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무료로 맛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리스마스에 네 식구 식사하면 80만원… 연말 대목에 가격 또 올린 호텔 뷔페들
- ‘가전 강국’ 일본에서도… 중국 브랜드, TV 시장 과반 장악
- “감동 바사삭”… 아기 껴안은 폼페이 화석, 알고 보니 남남
-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 중국 게임사… 차기작 한국 출시 예고
- [단독] 갈등 빚던 LIG·한화, 천궁Ⅱ 이라크 수출 본격 협의
- 암세포 저격수 돕는 스위스 ‘눈’…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설치
- 둔촌주공 ‘연 4.2% 농협 대출’ 완판…당국 주의에도 비집고 들어온 상호금융
- [르포] 역세권 입지에도 결국 미분양… “고분양가에 삼성전자 셧다운까지” [힐스테이트 평택
- 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 13일 전원회의… ‘정보 교환’ 담합 첫 사례로 판단할까
- ‘성과급 더 줘’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에… 협력사 “우린 생계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