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돌아가는 마음 알기에, 나주시 이주노동자들 ‘머리 손질’···내년부턴 답례품도
베트남 남부 비탄시에 살던 우잉안트(32)는 지난 3월 전남 나주에 왔다.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신분이었다. 그는 동료 50명과 지역 대학의 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배 과수원에서 일했다. 8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 6일 노동을 해왔던 우잉안트는 오는 24일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지난 19일 한국 미용사들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았다. 나주시가 출국을 앞둔 이주노동자를 위해 준비한 작은 보답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파마를 한 우잉안트는 “그동안 제대로 머리 손질을 못했는데 가족들을 만나기 전 예쁘게 꾸며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21일 “공공형 계절 근로자로 입국했다가 돌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미용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나주시는 공공형 계절 근로자 50여명을 배정받아 배 과수원에 투입해 왔다.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과수원에서 가지치기와 수분, 열매 솎아내기, 봉투 씌우기, 수확과 선별 등 모든 농사를 함께 했다. 나주 배 농가는 인력난으로 이주노동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봄에 입국했던 노동자들이 8개월 허가 기간을 마치고 이달 출국한다. 이에 나주시는 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호남직업전문학교와 라브리지헤어살롱 나주혁신점의 도움을 받아 지난 15일과 19일 출국을 앞둔 노동자 30여명의 머리를 손질해준 것이다.
모두가 여성인 노동자들 상당수는 미용요금 등을 걱정하며 머리 손질을 미뤄왔다고 한다. 미용실을 한번도 찾지 않은 사람도 많고, 미용실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커트 정도만 해왔을 정도다. 노동자들은 집에 돌아가기 전에서야 파마와 염색, 커트, 모발 손질 등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받았다.
나주시는 내년부터는 답례품을 마련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영농 현장에서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손을 보탠 이주노동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미용 봉사에 참여해준 봉사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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