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 사용하면 됩니다” 일회용품 퇴출 위해 제주에 뜬 설거지원정대
이동형 설거지 시스템 제작 행사장 출동
설거지로 일회용품 줄이기 메시지 전달
지난 11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탄소감소축제 ‘감탄장’.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방법 등을 홍보하기 위해 개최한 축제로 비건 음식 맛보기와 판매, 기후위기 강의, 우유팩 활용 상품 전시, 의류 교환 파티, 저탄소마켓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일회용컵·그릇 대신 다회용 식기를 이용해 비건 음식을 맛봤다. 다회용 식기를 사용했지만 불편을 느끼는 이들은 없었다. 행사에 앞서 공지한 만큼 다회용 식기를 갖고 온 이들도 있었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현장에 비치된 그릇을 빌려 사용했다. 특히 행사장 한 곳에서 운영 중인 설거지 원정대가 친환경 세제로 그릇을 곧바로 씻어 제공했다. 참가자가 직접 셀프 설거지존을 이용해 씻을 수도 있었다.
김일두 제주지역문제해결 플랫폼 사무국장은 “이날 행사에 500여명이 참가했으나 플라스틱 일회용 식기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서 “쓰레기 없는 축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곧잘 사용하는 일회용품 퇴출을 위해 ‘설거지 원정대’가 제주에 떴다. 제주지역문제해결 플랫폼 사무국은 올해 선정한 7개의 의제 중 하나인 ‘제로웨이스트 실험’을 위한 사업으로, 설거지 원정대를 운영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설거지 원정대는 행사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컵과 그릇 등을 다회용품으로 대체하고, 곧바로 세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사무국장은 “행사장에서 일회용품 만큼 편리하게 다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직접 설거지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캠페인도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설거지 원정대를 위한 이동형 싱크대도 제작됐다. 이동이 편리한 캠핑용 탁자를 연결해 싱크대 기초를 만들고, 탁자를 뚫어 3개의 설거지용 대야를 설치했다. 대용량 통에 담은 물을 호스와 충전식 펌프로 끌어올려 행사장 여건에 따라 수도를 연결하지 않아도 설거지가 가능토록 했다. 원정대 참여자는 자원봉사자로 꾸려졌다.
설거지 원정대는 지난 9월 제주플러스국제환경포럼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제주음식영화축제, 전국친환경우리농산물 급식 한마당 등 5곳의 행사에서 활약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제주플러스국제환경포럼 주최 측 관계자는 “일회용컵 대신 사기 컵으로 모두 대체했다”면서 “참가자들 역시 첫 선 보인 설거지 원정대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직접 설거지를 하거나 교육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이들이 많아 셀프 설거지존도 인기”라면서 “시민들은 설거지 원정대가 사용하는 친환경 세제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등 원정대의 활동 취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거지 원정대가 함께 하려면 행사 주최 측에서 다회용컵·식기를 준비하고,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미리 공지해야 한다”면서 “올해는 소규모 행사에 한해 실험적으로 운영했으나 내년에는 활동폭을 더욱 넓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주민들이 직접 발굴하고 제안한 지역문제를 민간·공공기관·대학·지자체가 협업해 해결방안을 찾는 민관공 협업 사업이다. 행정안전부가 공모해 제주를 포함해 10여곳에서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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