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독소가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현실화한 4대강 사회재난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 남세균이 만들어낸 독성물질이 인근 주거지역과 관광지의 공기 중에서도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낙동강 오염이 환경재앙을 넘어서 사회재난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은 2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지역의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원인인 유해 남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0년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 물질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이 단체들은 창원대, 부경대 연구진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영주댐 인근, 경남 양산시, 창원시, 경남 창녕군 우포늪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창녕합천보 인근에서는 지난 6월 4.13ng/㎥(1세제곱미터 당 나노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하천 주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 당시 농도보다 10.76배~317.69배 크다.
지난 8월에는 경남 양산시 아파트 두 곳의 실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0.49~0.54ng/㎥ 검출됐다. 두 아파트에서는 지난 9월에도 실내와 실외에서 0.47~0.66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다. 이밖에 김해시의 한 마을회관, 영주댐 인근 마을, 창원시의 마을회관과 주남저수지 주변, 우포늪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비슷한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세계적으로 공기 중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기준치는 아직 없다. 학술 논문을 통해 미국, 호주 등에서 이 물질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혼합된 상태) 형태로 공기 중에 확산한 뒤 체내에 흡입되면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사례들이 보고돼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대, 오리건주립대 연구진 등의 논문에는 에어로졸 속의 남세균 독소가 기도 상피세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8~9월에도 낙동강변 14곳에서 공기를 3차례 포집해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료 채취 장소와 횟수를 지난해보다 확대했다.
이 단체들은 “환경재난이었던 4대강 사업 폐해가 녹조로 인한 농산물의 마이크로시스틴 오염, 수돗물의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 오염, 녹조로 인한 공기 오염 등으로 사회 재난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번 측정에 참여한 가정에서는 9살 아이와 6살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 아이들의 엄마는 ‘지금 10살이 안 된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녹조 독소에 노출된 채로 자라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이어 “주거밀집지역이자 다수의 학교, 병원 등이 있는 지역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성인은 물론 미래세대와 사회적 약자까지 위험에 노출됐다는 걸 말해준다”며 “정부는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민·학·관 위원회 구성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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