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패거리 힘에 이끌리지 않는 인물 연기"
"황정민 기세에 눌리고 싶지 않아…유일하게 형으로 생각하는 배우"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늘 우리에겐 쉬운 선택을 하고 본분을 망각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잖아요. 패거리의 힘에 이끌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인간들과 달리 고민하는 인간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게 바로 이태신입니다."
21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렇게 소개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79년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정우성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 세력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정우성은 이태신을 두고 "자기가 입은 군복의 본분에 충실히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서 "'수경사령관으로서의 직무는 이것'이라는 생각으로 고뇌하고 갈등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신은 전두광 쪽으로 전세가 완전히 기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이들을 막으려 한다. 9사단장 '노태건'(박해준)을 비롯한 하나회, 퇴역을 앞둔 육군 장성들과 무리 지어 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전두광과 달리 외로운 싸움을 이어 나간다.
정우성은 촬영 당시 혼자서 누군가에게 구걸하는 듯한 연기를 계속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전화통을 붙잡고 (병력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비는 연기의 연속이었다"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런 외로움이 이태신을 완성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태신은 전두광과 목표뿐만 아니라 성격도 대척점에 서 있다. 전두광이 사심으로 가득한 감정을 폭발하는 인물이라면 이태신은 이를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인물이라는 게 정우성의 설명이다.
"감독님께서 불 대 물의 싸움으로 보이기를 원하셨어요. 물은 투명하고 유연하잖아요. 그래서 이 캐릭터가 한 가지 색채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되도록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요. (불인) 전두광이 다가오면 저는 한발 물러서서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요."
정우성이 김성수 감독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정우성이 배우로 발돋움한 작품인 '비트'(1997)부터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아수라'(2016)까지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늘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살펴봐주기를 부탁한다고 한다. '서울의 봄' 역시 정우성에게 출연을 제안하기 전부터 각본을 보여줬다.
정우성은 처음엔 "감독님께서 어려운 작품을 하시네"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나한테 (이태신 역) 제안이 오겠구나 예상했다"며 웃었다.
"계속 시간을 끌었어요. 감독님과 '밀당'을 한 거죠. 감독님께선 사무실에 앉아서 제가 맡겠다는 말을 기다리셨고요. 하하. 김성수 감독님은 제게 무척 중요한 감독이고 저와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서 암담한 마음도 들었어요. 이 인물을 만들면서 특히 감독님께 마음을 많이 기댔어요."
김 감독은 이태신을 연기하는 데 참고하라며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 대사로 인터뷰를 한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
정우성은 "'이건 그냥 내 모습인데 감독님이 과연 뭘 바라는 걸까' 생각하며 당황했다"면서도 "신중함을 주문하시는 것 같아 이를 캐릭터에 스며들게 했다"고 떠올렸다.
정우성은 김 감독의 전작 '아수라'에서 함께 출연한 황정민과도 '서울의 봄'으로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민머리에 둥근 코 분장을 한 황정민을 본 정우성은 "기세에 눌리고 싶지 않았다"며 "전두광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불에 타 죽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정우성은 "영화계에 몸담은 이후 형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지만, 황정민은 정말 형 같다"면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와 함께 연기하는 사람을 진짜 동료 배우로 대해주는 게 느껴지는 분"이라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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