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가?' 농약에 중독된 골프장, 발암 성분 살포 급증
유럽연합 사용 금지한 '이프로디온', 2020년 기점으로 10배 증가
잔류 농약 검출 건수도 최근 4년간 86% 늘어나
일반 잔디에 사용 가능한 농약 18종에 대한 규제 전무
부산시 대다수 골프장의 토양(그린·페어 웨이)과 수질(유출구·연못)이 오염되고 있다.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농약 때문이다. 농약 사용량은 물론 종류도 늘어나고 있는데다, 잔류 농약 검출 건수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발암 성분 함유로 유럽연합(EU)이 사용 자체를 금지한 농약이 버젓이 골프장에서 잔류 농약으로 검출되고 있으며, 검출 건수는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잔류 농약은 작물에 뿌려진 농약이 작물 내에 부착한 후 증발, 분해 등으로 감소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거나 다른 물질로 변해 잔존한 농약을 말한다. 잔류 농약은 그 자체로 독성을 띌 수 있고, 다른 물질로 변했어도 유독·발암성, 생물 농축 등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이종환 부산시의원이 부산광역시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을 받은 골프장 농약 사용 관련 행정 사무 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부산 소재 12곳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은 1년에 평균 362.25kg씩 늘어났다. 2017년 1만3121kg에서 2020년 1만4570kg으로 4년간 1449kg이 증가한 것. (사)부산컨트리클럽은 2268kg으로 2020년에 가장 많은 농약 사용량을 보였다. <아래 표 참조>
12곳 골프장에서 검출된 잔류 농약 종류도 증가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출된 잔류 농약은 카벤다짐, 플루톨라닐, 테부코나졸, 티플루자마이드, 아족시스트로빈, 이프로디온, 기타 등 7종류다. 이중 '카벤다짐'은 2019년과 2020년에는 검출되지 않았던 농약이었으나 2021년부터 검출되기 시작했다.
검출된 여러 종류의 농약 중 '이프로디온'에 주목해야 한다. '이프로디온'은 '클로로탈로닐'과 함께 유럽연합(EU)에서 사용을 금지한 농약이다. 발암 성분 함유 때문이다. 12곳 골프장의 '이프로디온' 잔류 검출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6건, 2020년 15건, 2021년 65건, 2022년 56건으로 2020년을 기점으로 사용량이 10배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이프로디온'은 2021년 전체 잔류 농약 검출 건수(209건)의 31.10%(65건)를 차지하면서 다른 농약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4~6월) 조사에서도 20건이 검출됐다. 최근 10년간 부산지역 골프장 일반 농약 검출 건수에서도 9종류의 농약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사용이 빈번한 실정이다.
EU 사용 금지한 '클로로탈로닐'도 국내에선 사용 1위
EU에서 사용을 금지한 또 다른 농약인 '클로로탈로닐'도 경계해야 한다. 올해까지 농약 잔류량 검사 항목에 들어 있지 않아 조사 결과 데이터에는 없지만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로탈로닐'은 2021년 환경부 조사에서 국내 골프장 농약 사용량 1위를 기록했다. <위 표 참조> '클로로탈로닐'은 환경부 고시(골프장 농약잔류량 조사 및 농약 잔류량 검사 항목 등에 관한 규정)가 개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조사 항목에 추가됐다.
'이프로디온' 등을 포함한 카벤다짐, 플루톨라닐, 테부코나졸, 티플루자마이드, 아족시스트로빈 등 전체 잔류 농약 검출 건수도 매년 늘어났다. 2019년 135건, 2020년 155건, 2021년 209건, 2022년 252건 등 지난 4년간 모두 751건이 검출됐다. 검출 건수는 이 기간 117건이 증가했고, 비율로 따지면 86% 가량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221건(8종류)이 검출돼 하반기까지 합쳐지면 지난해 252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위 표 참조>
4~6월의 건기보다 7~9월 우기 때 잔류 농약 검출 건수가 크게 늘었다. 건기에는 2019년 76건에서 2022년 84건으로 8건 증가한 데 반해 우기의 경우 2019년 59건에서 2022년 168건으로 109건이 늘어났다. 이는 골프장 출입시 건기보다 우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됨을 시사한다.
이 기간 골프장별 농약 검출 건수는 해운대 컨트리클럽이 145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컨트리클럽 82건,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71건, 해라 컨트리클럽 6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은마골프장은 23건으로 가장 적은 건수를 기록했다.
"농약이 빗물에 씻겨 강, 바다로 흘러 들어가 골퍼 뿐 아니라 시민 건강에 직결"
이종환 부산시의원은 CBS 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발암 성분 함유로 EU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이프로디온'과 '클로로탈로닐' 농약이 꾸준히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골프장 농약이 빗물에 씻겨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골퍼뿐 아니라 시민 건강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위 표 참조>
그러면서 "환경부와 농촌진흥청이 결정해 놓은 농약 사용 가능 여부와 골프장 잔류 농약 조사 항목을 소극적으로 수용만 할 것이 아니라 이포로디온 등의 사용이 금지될 수 있도록 보건환경연구원을 비롯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측은 자료를 통해 "환경 중 농약 잔류에 대한 새로운 규제 마련을 위해서는 위해성 평가 등 중앙 기관 차원에서 충분한 기초 연구가 밑받침돼야 한다. 골프장 농약 사용과 관련해 환경부와 농촌진흥청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일반 잔디에 사용이 가능한 농약 18종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이프로디온'과 '클로로탈로닐' 등 EU 사용 규제 2개 품목에 대한 유해성 평가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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