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AI로 북한경제 살펴봤더니…관광 흥하고 공업능력 제자리

이정호 기자 2023. 11. 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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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등 연구진, 위성 영상 속 건물·도로 분석
북한, 경제제재 중 도시와 농업 지역 간 격차 커져
카이스트 등 국내외 연구진이 지표면을 찍은 위성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국가별 경제 수준을 알아내는 기술을 21일 개발했다. 북한과 동남아 국가의 지역별 경제 수준이 색깔 별로 달리 표기돼 있다. 카이스트 제공

인공위성이 찍은 지구 표면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국가별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0년대 말 북한을 분석했더니 관광 지역에서는 개발 속도가 높아진 반면 공업과 수출 지역의 발전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와 같은 학교 기술경영학부 김지희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서강대, 홍콩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등에 소속된 연구진과 함께 위성이 찍은 사진을 AI로 분석해 각국 경제 사정을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위성인 ‘센티넬-2’가 찍은 지표면 사진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위성 사진을 약 6㎢ 면적의 작은 구역으로 세밀하게 분할한 뒤 각 구역에 들어가 있는 건물과 도로, 녹지 등을 수치화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인간이 분석한 정보를 AI의 예측에 활용하는 시스템인 ‘인간-기계 협업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용했다. 인간이 위성 사진을 보고 경제활동 수준을 비교하면 AI는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꾸준히 학습해 다양한 사진 자료에 경제 수준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런 방법을 통해 AI 홀로 일하는 ‘기계학습’만 사용했을 때보다 우수한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국가 통계 자료가 아니라 굳이 위성사진을 AI로 분석해 각국 경제 사정을 가늠할 기술을 고안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가마다 조사 역량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200개국 가운데 53개국은 지난 15년 동안 농업과 관련된 현황 조사를 하지 못했다. 17개국은 아예 인구주택 총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국가별 경제 사정을 알 수 있는 수치화된 자료가 부족할 때, 위성사진과 AI로 이를 일부 대체할 기술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이 이번 기술로 북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 관광 경제개발구에서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등 외화 부족을 메우기 위해 관광 진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업·수출 경제개발구에서는 변화 수준이 미미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또 같은 기간 평양과 대도시에 경제발전이 집중되면서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가 심화됐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도 적용해 실제 인구 밀도와 고용자 수, 사업체 수 등과 부합하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

차 교수는 “전산학과 경제학, 지리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는 범지구적 차원의 빈곤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AI를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정, 재해·재난 피해 탐지, 기후변화 영향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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