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미술 대모는 거미 여인으로 살았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1. 21. 13: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강자(1942~2017)는 손이 네 개 달린 거미 여인으로 살았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12월 30일까지 정강자 개인전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를 개최한다.

강소정 디렉터는 "유족이 보관하던 400여점의 회화 중 작가의 화업을 잘 드러낸 작품을 엄선했다. 작가는 팔이 4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힘들게 사셨다. 현실과 이상의 줄타기를 한 삶이 그림 속에도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강자 개인전 ‘나를 다시 부른…’
아라리오 서울서 12월말까지
다채로운 회화 작업 변천 소개
거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정강자(1942~2017)는 손이 네 개 달린 거미 여인으로 살았다. 화가로서의 삶은 험난했다. 1968년 5월 30일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국내 최초로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1970년에 연 첫 개인전은 강제 철거를 당하기도 했다. 가족과 싱가포르로 떠나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졌다. 1980년대 초 귀국한 이후에는 반포동에서 미술학원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오랜 기간 국내 화단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40여년간 꾸준히 화업을 이어왔다.

‘실험 미술 대모’의 회화 작가로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12월 30일까지 정강자 개인전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를 개최한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작품세계에 주목해 강렬하고 풍부한 색감의 회화 40점을 선보인다. 강소정 디렉터는 “유족이 보관하던 400여점의 회화 중 작가의 화업을 잘 드러낸 작품을 엄선했다. 작가는 팔이 4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힘들게 사셨다. 현실과 이상의 줄타기를 한 삶이 그림 속에도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달과의 대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특히 정강자는 1990년대까지 남미, 아마존, 남태평양 등 문명이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원시의 삶을 찾아 다니며 자신의 삶과 꿈이 투영된 환상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았다. 지하 1층·1층에서는 이 시기 원시의 세계를 만난 경험이 바꾼 화풍 변화를 연대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복 등의 소재를 통해 여성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한국적인 추상성의 실험에 몰두했다. 1997년작 ‘달과의 대화’에는 장미꽃 속에 입술을 그려넣었다. 강 디렉터는 “먹고 살려고 인기가 많은 꽃그림을 그리면서도 이빨을 그려넣은 작가의 자존심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3~4층에서 만날 수 있는 2000년대 이후 작품은 대형 추상화 연작처럼 보인다. 원시적 풍경을 바탕으로 작가의 분신인 두 얼굴의 야누스를 새겨넣었다. 이와 함게 우주 만물의 최소 단위인 원과 인위적인 직선을 결합한 ‘반원’을 점점이 박아넣어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숲 속을 부유하는 여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