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차 올 때만 곡물라떼 먹던 '캡틴' 김혜성 절제력, 대표팀에도 귀감이 됐다 [APBC]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김혜성에게 다시 한 번 주장을 맡긴 이유로 "(김)혜성이가 리더십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후배들을 잘 조성해 이끌었다. 이번에도 APBC가 올해 마지막 대회니 한 번 더 주장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회 내내 대표팀 분위기는 밝았다. 17일 일본전 패배에도 선수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대만전에 임했다. 패배에 대한 낙담보단 꼭 설욕하겠다는 말이 수없이 흘러 나왔고 결승전에서 그 바람을 이룰 뻔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김혜성 본인에게 물으면 "선수단이 젊어서 그렇다. 내가 굳이 뭐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따라와 준다. 확실히 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경기에 져도 회복하는 것이 빠르고 의욕이 넘친다.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답할 뿐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20일 귀국 도중 만난 김휘집(21·키움 히어로즈)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휘집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해 김혜성과 3년째 같은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가 본 김혜성은 류중일 감독의 극찬이 당연해 보이는 선수였다.
김휘집은 "(김)혜성이 형은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이 항상 모범이 되는 선수다. 그래서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 생각된다. 나도 혜성이 형이랑 같은 팀에 있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정말 많이 받고 있어서 매번 감사하고 '나도 후배들한테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KBO리그 최고의 내야수로 불린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해 통산 타율 0.300, 26홈런 311타점 501득점 181도루, OPS 0.753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타율을 0.188로 시작했지만, 매 시즌 성적이 우상향해 올해는 0.335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역대 도루왕 최고 성공률(92%)로 개인 첫 타이틀을 따냈다. KBO리그 최초로 유격수(2021년), 2루수(2022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최초로 신설된 KBO리그 수비상을 2루수 부문으로 수상했다. 각 구단 감독, 코치 9명, 단장 1명 등 구단 당 11명씩 총 110명의 투표인단 중 64명이 김혜성을 1위로 꼽는 등 현장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선수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김혜성은 술은 물론이고 평소 당이 있는 음료, 카페인 등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일절하지 않는다. 팬들이 커피차를 보내줬을 때만 곡물라떼를 마시는 정도. 원래도 식단을 관리하던 김휘집은 올해 김혜성을 따라 더 철저하게 조절했고, 자신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 것에 만족했다.이렇듯 이미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가 더 절제하는 모습은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김휘집은 "(김)혜성이 형은 항상 야구가 1순위다. 절제하는 모습도 최고다. 혜성이 형은 지금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데 끊임없이 노력하고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다. 형이 워낙 열심히 해서 나 포함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게는 너무 존경하고 정말 사랑하는 형"이라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특별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캡틴의 시선은 알게 모르게 모두를 향해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도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예비 엔트리로 대표팀에 동행한 김태경(22), 한태양(20), 허인서(20·이상 국군 체육부대), 이병헌(20·두산 베어스) 등 예비 엔트리 선수들이었다. 김혜성은 19일 결승전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가 대표팀을 이끌었다고 할 건 없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후배들이 내가 한마디하면 귀 기울여주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마울 뿐"이라면서 "일단 하고 싶은 말은 최종 엔트리에 안 든 4명의 친구들이다. 아무래도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속상할 텐데 티 내지 않고 팀에게 운동할 때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깊은 속내를 밝혔다.
이번 APBC는 절망보단 희망을 본 대회였다. 최강팀으로 평가되는 일본과 두 번 모두 1점 차 접전으로 패하면서 극복하지 못할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차이를 기량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삼게 됐다. 김혜성은 "일본이 다시 한 번 강팀이라는 것을 느꼈고 단기전으로 놓고 봤을 때 절대 못 이길 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한국야구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희망을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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