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양대인 감독, 전달되지 않은 'D언어'
(MHN스포츠 이솔 기자) 필자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듯, 굳이 무언가를 감추려 드는 사람보다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때론 동질감을 느낀다.
19일 오후, 웨이보 게이밍의 0-3 패배로 끝난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결승 직후 펼쳐진 기자회견, 특히 양대인 감독의 답변에서는 '솔직함 그 이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질문에 대처하는 그의 '답변 기조'는 솔직함이었다. '비록 결과로는 증명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런 과정을 겪었다'라는 것을 팬 및 기자들에게 설명하려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이번 기사는 다소 복잡하다. 그래서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팬들이라면 과감히 '뒤로 가기'를 누르기를 추천한다. '솔직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질문에 대한 해석, 그리고 답변 과정까지를 언어적-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추론한 기사다.
첫 질문으로는 애쉬를 밴한 이유가 질문됐다.
양대인 감독은 "블루팀에서 (상대의) 오리아나 밴을 이끌어내고 칼리스타 1픽을 가져오기 위해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다"라며 이를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될 수 있는 답변이 이어졌다.
- T1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페이커와 포옹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사실 이 문맥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만 전하면 된다.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페이커에게 멋지다는 말을 했다'가 정석 답변이다.
그러나 솔직한 양 감독은 이 질문을 '페이커와 사이가 나쁘지 않은가? 끝이 좋지 못했을텐데'라는 질문으로 변환-입력했다.
"T1에서 나오게 되는 과정, 일 하는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다. 웨이보에서는 감독의 전권을 부여받아서 감사하다. T1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모범 답변은 '비록 내가 T1을 좋지 않게 나왔지만, 선수(페이커)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다. 이 문장은 T1을 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왜 T1에서 본인이 나오게 됐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가위바위보를 더 자주 할 수 있는 롤(리그오브레전드)이 유리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면 정글몹을 빼먹어서 정글격차를 내던, 정글-서폿으로 라인압박을 하던 것 등을 소개하려고 상혁이에게 갔다. 이런 플레이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페이커에게 가장 잘 맞는 선수들을 찾는 것도 돌림판이었다. 마우스 화면 이슈 등이 있던 페이커를 위해 클로저를 기용하기도 했다.
팀원과 대화하며 이지선다를 같이 할 수 있는 롤을 지향한다. 축구도 세계적 팀은 수비수가 빌드업에 참여하듯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웨이보에서도 리그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이지선다를 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대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상혁이도 그 속도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 부분에 대해 너무 T1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T1이 전략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내가 추구하던 이상향의 플레이를 해서 정말 멋졌다. 페이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다.
그러나 솔직한 양대인 감독은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설명하려다 보니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이어 논란이 될 수 있는 두번째 답변도 있었다.
LCK.-LPL 팀과 스크림을 펼칠 수 있었나? 어떻게 파이널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이 점이 LCK라는, 개최지에 있는 팀들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20년도에 중국에서 롤드컵 할 때도 결승에 진출했는데 스크림을 단 3판 했다. 이번에도 도와줄 수 있던 5명의 스쿼드가 유지돼 있던 팀이 KDF, 농심 등이 있었다. 광동이랑 플레이해 볼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상대 T1은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샌박-농심 등이랑 진행했는데, 할 수 있는 판수가 미디어 촬영 등으로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준비했던 밴픽들을 가능한 한 준비해보려 노력했다"
솔직히 말하면 WBG가 광동이랑 스크림을 하든 안하든, 촬영 스케줄로 인해 스크림을 몇판 더 돌리든 아니든 훈련 과정은 비슷했을 것이다. 원래 롤드컵 기간에는 준비된 팀들과 스크림을 잡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양대인 감독이 할 수 있던 모범답안은 "역시 롤드컵이란 쉬운 곳이 아니다. 담원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느끼지만, 타국 팀들과 스크림을 잡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여느때처럼 연습할 팀이 없어서 힘들었다.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정도였다.
이 질문 또한 양대인 감독은 변환 과정을 거쳐 들었다 '상대 T1에 비해 연습에서 비교열세였던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나'가 양대인 감독에게 들린 질문이었으리라. 왜냐면 결과가 0-3, WBG의 압도적인 패배였기 때문이다. 자국 언론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준비에 대한 해명을 당연히 해야만 했다. 급했고,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과 본인이 느낀 '연습에서의 비교 열세'를 솔직하게 풀어낸 답변은 안 하느니만 못한 대답이 됐다.
모범적인 답변은 "우리도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는 다했는데, T1에 비해 모자랐던 것 같다. 연습 과정에서 준비된 스크림 팀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체감상의 시간도 촉박했던 관계로 아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라는, 비교적 무미건조한 답변을 전할 수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하고, 숨겨야 할 것들을 숨기지 못하는 양대인 감독. 비록 모두가 양대인 감독이 대체 왜 이러는지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그를 지켜본 필자는 그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깨닫게 됐다.
그래서 필자는 양대인 감독이 좋다.
Copyright©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