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0 격파’ 황선홍호의 승리가 더 대단한 이유…명단에서 볼 수 있다
[포포투=김환]
황선홍호는 프랑스와의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2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프랑스 르 아브르에 위치한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미네소타 소속의 공격수인 정상빈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내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황선홍호는 A매치 기간을 활용해 프랑스에서 친선경기를 잡았다. 앞서 프랑스 리그앙의 르 아브르와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긴 황선홍호는 이번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2연전으로 프랑스 원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황선홍 감독은 민경현(인천 유나이티드), 엄지성(광주FC), 서명관, 안재준(이상 부천FC), 조위제(부산 아이파크), 조현택(울산 현대), 강성진(FC서울), 황재원(대구FC), 이강희(경남FC), 전병관(대전하나티시즌), 신송훈(김천 상무)을 선발로 내세웠다. 안재준이 최전방에 서고 엄지성, 강성진, 전병관이 2선에서 지원했다. 허리에는 이강희와 황재원이 배치됐고, 수비진은 조현택, 서명관, 조위제, 민경현이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신송훈이 꼈다.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두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물론 김지수(브렌트포드), 정상빈(미네소타), 권혁규(셀틱)라는 해외파들이 있기는 했으나, 세 선수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은 각 소속팀에서 유망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
하지만 프랑스 U-21 대표팀 선수들과의 격차는 확실히 있었다.프랑스는 프랑스 리그앙과 프리미어리그(PL),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명단을 구성했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이나 파리 생제르맹(PSG), 첼시처럼 각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프랑스 U-21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티에리 앙리 감독은 마티스 텔(뮌헨), 아르노 칼리뮈앙도(스타드 렌), 마그네스 아클리우셰 (AS 모나코), 브래들리 바르콜라(PSG), 레슬리 우고추쿠(첼시), 이스마엘 두쿠레(스트라스부르), 킬리안 시딜리아(프라이부르크), 장누엘 벨로시안(스타드 렌), 이삭 투레(AJ 오세르), 크리슬랭 마치마(AS 모나코), 굴리아메 레스테스(툴루즈)를 선발로 내보냈다.
프랑스 U-21 대표팀 선수들 중에는 각 소속팀에서 주전과 준주전을 오가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최전방부터 살펴보면 텔과 아클리우셰는 각각 뮌헨과 모나코에서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된다. 칼리뮈앙도는 스타드 렌의 준주전급 선수다. 세 선수 모두 독일과 프랑스 최상위 리그의 팀에서 뛰고 있고, 특히 텔과 아클리우셰는 리그에서도 정상급 팀 소속이다.
바르콜라는 이강인과 함께 PSG에서 뛰고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PSG에서도 재능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바르콜라는 팀의 로테이션 자원이다. 우고추쿠는 첼시가 미래를 보고 영입한 선수고, 두쿠레와 시딜리야는 각각 스트라스부르와 프라이부르크에서 주전과 준주전으로 뛰는 중이다.
수비진도 다르지 않다. 마치마와 벨로션은 모나코와 스타드 렌에서 로테이션과 준주전을 오간다. 로리앙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투레는 2003년생으로, 리그앙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206cm라는 거구의 피지컬을 앞세워 제공권에서 엄청난 강점을 보이고, 속도와 빌드업 능력도 준수해 프랑스가 기대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선발 명단에서 알 수 있듯이 전력 차가 명확하게 있었다. 예상대로 경기 초반은 프랑스가 주도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프랑스의 공격은 매서웠다.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은 프랑스는 전반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 15분 텔의 슈팅과 전반 27분 바르콜라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지만 다행히 한국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칼리뮈앙도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한국도 반격에 나섰다. 측면 자원들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개와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수비를 열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전반전은 전력 차의 벽을 실감하는 듯했다.
한국은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신송훈이 선방으로 한국의 골문을 지켰다. 180cm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반사신경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신송훈은 프랑스와의 전반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뽐냈다. 한국은 신송훈의 선방 덕에 전반전을 0-0으로 마칠 수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전병관을 정상빈과 교체했다. 한국은 후반전 초반 엄지성의 슈팅으로 포문을 열며 전반전과 다른 분위기로 후반전을 시작했다. 곧바로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실점을 내주지는 않았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와중 황선홍 감독이 교체카드를 추가로 꺼냈다. 후반 23분 홍윤상, 오재혁, 권혁규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선홍 감독의 첫 번째 교체카드가 빛났다. 정상빈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다.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키커로 정상빈이 나섰고, 정상빈이 날카롭게 감은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은 정상빈의 선제골에 힘입어 공격의 고삐를 당겼고, 9분 뒤 추가골을 뽑아냈다. 또 정상빈이었다. 측면에서 낮게 깔려온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정상빈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황선홍호의 핵심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월 창원에서 열린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에서도 정상빈은 장기인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경기에서도 정상빈은 환상적인 프리킥과 침착한 마무리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황선홍호의 에이스 역할을 자처했다. 한국은 정상빈의 활약 덕에 2점 차 승리를 확신한 상태였다.
승기를 잡은 한국이었지만, 한국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경기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축포를 터트렸다. 이번에도 황선홍 감독의 교체카드가 유효했다. 프랑스 수비 진영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공을 홍윤상이 받아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해 쐐기골을 터트렸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3-0 대승으로 끝났다.
1승 1무라는 성적과 함께 프랑스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선홍호는 내년 열리는 U-23 아시안컵과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한 담금질을 이어갈 예정이다. U-23 아시안컵은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황선홍호는 U-23 아시안컵 본선에서 3위 이내로 대회를 마쳐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4위일 경우 아프리카 팀과 본선행 티켓을 두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미소를 지은 황선홍 감독과 달리 앙리 감독은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0-3 대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앙리 감독은 홍윤상의 득점이 나올 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앙리 감독은 경기 후 프랑스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런 실점을 허용할 여유가 없었다. 두 번째 실점과 세 번째 실점은 꽤나 우스꽝스러운 실점이었다”라며 정상빈의 추가골과 홍윤상의 쐐기골 장면을 언급하며 분노했다.
이어 “공을 그렇게 패스하는 건…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실점 그 자체가 말해준다. 축구에는 리얼리즘이라는 게 있다. 많은 기회를 만들더라도 그 기회를 놓치면 상대팀에게 자신을 벌할 기회를 주게 된다. 프리킥은 아름다웠지만, 나머지 두 골은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게 전부다. 우린 이번 경기를 통해 배웠다”라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프랑스 U-21 대표팀은 2연패에 빠지게 됐다. 프랑스 U-21 대표팀은 앞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0-2로 패배해 한국과의 경기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연달아 실점을 내주며 오히려 연패에 빠지게 됐다.
2연패에 빠지며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2023년을 마감하게 된 앙리 감독은 “공격 면에서 오스트리아전보다 더 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끔찍하다. 우리는 기회가 많았다. 일대일 상황도 만들었고, 크로스바를 맞추기도 했다…하지만 오스트리아전보다 더 걱정스럽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앙리 감독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앙리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대표팀이 홈에서 한국에 굴욕을 당했다”라며 프랑스의 이번 패배를 조명했다. 선수 시절 유벤투스, 아스널,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하며 프랑스의 전설적인 공격수로 남아 있는 앙리 감독은 선수 때와는 달리 지도자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 2연패로 이런 비판에 불이 붙게 됐다.
‘풋 메르카토’는 또한 “앙리 감독이 이미 첫 번째 폭풍을 경험하고 있다. 앙리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U-21 대표팀은 이번 A매치 기간 동안 2연패를 당했다. 오스트리아전 이후 앙리 감독은 이미 선수들의 태도에 놀란 상태였다. 한국을 상대로는 수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국 총 5골을 허용한 채 A매치 기간을 마무리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앙리 감독은 오스트리아전과 달리 바르콜라와 칼리앙도, 텔로 최전방을 구성하는 등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재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골문 앞에서 현실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했다”라며 프랑스의 공격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수비도 비판을 받았다. 매체는 “수비적으로 보면 프랑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한국의 프리킥 선제골은 피할 수 없는 실수에서 나왔고, 두 번째 실점도 수비가 매우 허술한 상태에서 나왔다. 세 번째 실점은 소극적인 수비로 인해 우스꽝스러운 실점이 됐다. 따라서 오늘 프랑스가 패배한 건 기술적인 면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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