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팔아버리겠다”…아르헨 밀레이, 당선되자마자 광폭 행보
[헤럴드경제=김우영·원호연 기자]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대대적인 경제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일차 목표는 국영·공기업이다.
20일(현지시간) 밀레이 당선인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의 손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기업은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며 “국민에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기업을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거대 에너지 회사인 YPF 등 몇몇 공기업을 콕집었다.
1907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YPF는 석유와 전기, 천연가스와 관련해 탐사부터 개발, 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직·간접 고용 규모는 10만명에 이른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은 주유소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 역시 YPF다.
앞서 페론주의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군부 독재(1976~1983년) 시기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1999년 스페인 기업 랩솔에 팔리며 한 차례 민영화되기도 했지만, 2012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가 다시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국유화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YPF 국유화 이후 회사 실적은 악화해, 2012년 인수 때보다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발언 공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YPF 주가는 장중 한 때 43% 이상 폭등했다. 이는 1993년 거래 시작 이후 최고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밀레이 당선인이 선거 내내 강조한 ‘달러 경제’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의 역외 자산이 밀레이 승리 이후 급증했으며, 중남미 통화 지수도 달러 약세와 맞물려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환율의 경우 아르헨티나 정부가 달러 환율을 공식적으로 고정해 놓은 데다 이날 공휴일(주권의 날)이어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을 쓴 에밀리오 오캄포 거시경제연구센터(CEMA) 교수는 “16개월 안에 모든 페소화가 달러로 교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캄포 교수는 밀레이 당선자가 “경제 개혁을 진두지휘할 인물”이라며 높이 평가한 인물로, 아르헨티나 경제정책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실제 밀레이 당선자는 여러 차례 “오캄포 교수가 중앙은행 문을 닫게 하도록 거기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를 넘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비판해 온 밀레이 당선자는 과거 에콰도르에서 시행했던 방식대로 국민들에게 달러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달러 경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세스는 오캄포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바 있다. 에콰도르는 2000년 남미에서 처음으로 달러를 법정 통화로 채택했다.
CNN는 “아르헨티나 규모의 어떤 나라도 자체 통화정책의 고삐를 미국에 넘긴 바가 없다”며 “만약 (달러 경제 전환이) 실행된다면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세계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달러 준비금이 거의 없다는 점은 현실적인 문제다. 이론적으로 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440억달러를 IMF에 빚진 아르헨티나는 최대 차입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다 9번이나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탓에 추가 대출이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가 무역을 통해 달러를 조달할 처지도 못 된다. 아르헨티나의 무역의존도는 지난 2분기 기준 23.1%로 멕시코(68.6%), 칠레(49.7%), 콜롬비아(30.5%), 브라질(28.1%) 등 어떤 중남미 국가보다도 낮다. 여러 자본 제한으로 외국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율도 1% 수준에 불과하다.
달러 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페소화의 가치가 또다시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니콜라스 살디아스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달러화 도입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면 페소화 폭락을 초래해 패닉에 빠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매우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바이스브로트 워싱턴경제정책연구소장은 “이전 정부들의 실수로 아르헨티나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경제적 자살과 같은 접근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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