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병원서 대피한 미숙아들 치료 돌입…대부분 가족 없이 사투
이스라엘군이 급습을 벌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에서 대피한 미숙아 28명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에 도착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국경 라파 통행로를 통해 가자에서 빠져나온 28명의 미숙아들은 시나이 반도의 알-아리시 병원과 카이로의 뉴 캐피탈 병원 두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전날 알시파 병원에서 긴급 구조된 미숙아들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에미라티 병원으로 우선 이송돼 한차례 치료를 받은 뒤 이날 라파 국경 통로를 넘어 이집트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알시파 병원에서 구조된 미숙아는 31명이었으나 이 중 2명은 에미라티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았으며 1명은 가자지구 북부에 부모가 있어 이송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알시파 병원에서의 치료 환경이 열악했던 데다가 위험한 대피 과정을 겪은 미숙아들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와 함께 이번 대피를 도운 유니세프(UNICEF)는 지난 19일 미숙아들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대피는 '극도로 위험한 조건' 속에서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WHO는 같은 날 성명에서 미숙아들이 모두 심각한 감염과 싸우고 있으며 이 중 11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대피한 아기 중 극소수는 부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숙아들과 함께 이집트로 대피한 산모 루브나 엘-세이크는 이집트 국영매체 기자들과 만나 이집트 병원이 자신의 아이가 치료받을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장소'라며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기 수일 전인 9월 28일 미숙아를 출산한 그는 전쟁이 벌어지고 집이 공습으로 파괴되자 딸이 치료받고 있는 알시파 병원에 대피해 머물러왔습니다.
그는 "병원이 공격 표적이 되고 그곳의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알시파 병원에 있는 동안 딸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아들과 재회한 아버지 알리 스베이티는 CNN에 아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가슴을 졸이는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쟁 사흘 전에 태어난 아기를 2주 넘게 보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의사와 연락이 끊겨 아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미숙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부모나 가족 없이 홀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HO는 미숙아 중 극소수만 가족과 동행했으며 가자지구 정부가 가진 제한된 정보로 인해 미숙아들의 가까운 가족 구성원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CNN에 밝혔습니다.
이집트 정부 소식통은 산모 4명과 간호사 6명이 이집트로 대피한 미숙아들과 동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알시파 병원 의사들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 중인 미숙아 산모의 일부는 공습으로 사망했거나 출산 직후 목숨을 잃었으며, 미숙아가 그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CNN에 다음 달까지 가자지구에서 5천여 명의 임신부가 출산 예정이며 그중 25%는 미숙아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9일 알시파 병원에 남은 환자와 의료진들을 추가로 더 대피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의 작전 본부, 무기 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5일 병원을 급습했으며, 북부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도 포위하고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마스와 병원 측은 병원이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알시파 병원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봉쇄로 미숙아 3명을 포함해 4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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