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없는’ 아르헨, 달러 경제 가능할까…“경제적 자살” 우려

2023. 11.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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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적 자본주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이던 '달러 경제'로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가디언 역시 밀레이의 달러 경제 구상에 대해 "아르헨티나와 미국은 매우 다른 경제이기 때문에 미국에 올바른 통화정책이 아르헨티나에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며 "각국은 자국 금리를 설정하고 통화를 평가절하할 자유를 포기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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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디폴트로 만성적 달러 부족
미국 통화정책에 경제 통제력 내주는 꼴
“경제적 자살은 해결책 아냐”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서 한 남성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을 알리는 신문을 읽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무정부적 자본주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이던 ‘달러 경제’로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당선인은 당선을 확정지은 전날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자유주의 모델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빌어먹을 자유 만세!”라 외치며 공약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을 쓴 에밀리오 오캄포 거시경제연구센터(CEMA) 교수는 “16개월 안에 모든 페소화가 달러로 교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캄포 교수는 밀레이 당선자가 “경제 개혁을 진두지휘할 인물”이라며 높이 평가한 인물로 아르헨티나 경제정책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실제 밀레이 당선자는 여러 차례 “오캄포 교수가 중앙은행 문을 닫게 하도록 거기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를 넘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비판해 온 밀레이 당선자는 과거 에콰도르에서 시행했던 방식대로 국민들에게 달러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달러 경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세스는 오캄포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바 있다. 에콰도르는 2000년 남미에서 처음으로 달러를 법정 통화로 채택했다.

CNN는 “아르헨티나 규모의 어떤 나라도 자체 통화정책의 고삐를 미국에 넘긴 바가 없다”며 “만약 (달러 경제 전환이) 실행된다면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세계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디언 역시 밀레이의 달러 경제 구상에 대해 “아르헨티나와 미국은 매우 다른 경제이기 때문에 미국에 올바른 통화정책이 아르헨티나에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며 “각국은 자국 금리를 설정하고 통화를 평가절하할 자유를 포기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달러 준비금이 거의 없다는 점은 현실적인 문제다. 이론적으로 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440억달러를 IMF에 빚진 아르헨티나는 최대 차입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다 9번이나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탓에 추가 대출이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가 무역을 통해 달러를 조달할 처지도 못 된다. 아르헨티나의 무역의존도는 지난 2분기 기준 23.1%로 멕시코(68.6%), 칠레(49.7%), 콜롬비아(30.5%), 브라질(28.1%) 등 어떤 중남미 국가보다도 낮다. 여러 자본 제한으로 외국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율도 1% 수준에 불과하다.

알레한드로 베르너 전 IMF 서반구 국장은 “아르한테나는 달러 경제로 이행할 달러도 없고 달러를 얻기 위한 글로벌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달러 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페소화의 가치가 또다시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니콜라스 살디아스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달러화 도입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면 페소화 폭락을 초래해 패닉에 빠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매우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바이스브로트 워싱턴경제정책연구소장은 “이전 정부들의 실수로 아르헨티나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경제적 자살과 같은 접근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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