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손아섭'이 '포스트 안치홍'으로…'2루수 고승민' 플랜, 대안이 아닌 현실이 됐다
[OSEN=조형래 기자] 사실상 2루 전환 과정을 밟고 있는 고승민(23)은 혹시 모를 대안이 아니었다. 이제 시즌을 책임져야 할 자원으로 변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 받은 고승민은 미래의 2루수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다 2020시즌을 앞두고는 운동 능력과 빠른 발을 활용하기 위해 외야수 전향을 시도했고 현역으로 군 입대했다. 그리고 2021년 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고승민은 차세대 2루수가 아니라 차세대 외야수가 됐다.
전역 당시 롯데는 손아섭이 NC와 4년 64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팀을 떠났다. 손아섭의 공백을 채우는 게 급선무가 됐다. 당시 추재현(상무) 김재유(은퇴) 신윤후 등이 대안으로 꼽혔다. 고승민도 ‘포스트 손아섭’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국 ‘포스트 손아섭’의 자리는 고승민이 꿰찼다. 2022년 후반기 맹활약을 바탕으로 92경기 타율 3할1푼6리(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저 OPS .834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후반기 타율 4할1푼4리(128타수 53안타) 2홈런 18타점 OPS 1.012의 성적은 2023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2022년 후반기의 기세를 고스란히 잇지 못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성적까지 되돌아갔다. 사실상 처음으로 레귤러 멤버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외야수가 아닌 1루수로 갑작스럽게 전향 과정을 밟으며 시즌을 치렀다. 결국 슬럼프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했고 또 손가락 부상 등으로 이탈한 기간도 적지 않았다. 올해 고승민은 94경기 타율 2할2푼4리(255타수 57안타) 2홈런 24타점 OPS .649의 기록에 그쳤다. 더욱 발전하기를 바랐지만 다시 퇴보했다.
고승민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번에는 외야수도 1루수도 아닌 2루수였다. 김태형 신임 감독 부임 이후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했던 선수들이 다시 내야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고승민 신윤후가 대표적이다. 고승민은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2루수로 되돌아왔다.
운동 능력 자체가 있던 선수였기 때문에 다시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새로 합류한 김민호 수비 코치도 고승민의 2루 재전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전환 과정 당시만 하더라도 고승민이 2루의 핵심은 아니었다. 안치홍이라는 굳건한 주전 선수가 있었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안치홍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서 4년 만에 롯데를 떠나 한화로 이적했다. 안치홍은 지난 20일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의 계약을 맺고 롯데를 떠났다. 롯데는 전준우를 4년 최대 47억 원에 붙잡았지만 안치홍은 샐러리캡 초과 우려 때문에 안치홍에게 확실한 대우를 하지 못했고 경쟁이 붙으면서 영입전에서 손을 떼야 했다.
롯데는 안치홍의 이탈로 리더십의 공백이 생겼고 확실한 주전 2루수를 잃었다. 안치홍의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전 2루수의 경험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 자리를 다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채워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결국 고승민은 ‘포스트 안치홍’으로 2024년을 맞이하게 됐다.
고승민이 완벽한 플랜A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안치홍의 공백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서히 안치홍의 존재감을 잊게 해주기만 한다면 롯데 입장에서도 2019년 신인드래프트 때의 계획대로 대형 2루수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언제나 롯데는 레귤러 멤버가 이탈했을 때 대안을 찾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포스트 안치홍’ 발굴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FA 영입 자체는 샐러리캡 문제로 더 이상 쉽지 않은 상황.
결국 내부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고승민 뿐만 아니라 정대선 김민수 등 신예 자원, 아니면 지난해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123경기 타율 2할8푼6리(290타수 83안타) 30타점 37득점 15도루 OPS .733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던 박승욱이 2루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확실한 공백을 채우기를 원한다면 2루수 자리를 외국인 선수로 대체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롯데는 현재 외국인 타자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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