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실제 상황… 456만 달러 걸고 ‘달고나 서바이벌’
성별·연령 불문 456명 참여
‘무궁화 꽃’ ‘뽑기’ 등 대결
모자·절친 사이인 참가자들
“둘만 남으면 그땐 각자도생”
무한경쟁사회 서사 만들어내
456명의 참가자들이 설렘 반 불안 반 표정으로 세트장에 들어온다. 이들은 곧 1인당 1만 달러, 총 456만 달러를 두고, 456 대 1의 ‘목숨값 서바이벌’을 펼쳐야 한다. 4m20에 달하는 ‘영희’의 구령에 맞춰 첫 게임이 시작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예능판 ‘오징어게임 : 더 챌린지’가 22일부터 전 세계에 공개된다. 사전 시사한 5회까지 본 바에 따르면 예능판도 원작처럼 목숨을 부지하고 돈을 갖기 위해 서로 ‘깐부’를 맺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선택의 기로에서 참가자들의 민낯이 처절하게 드러난다.
생존 서바이벌이란 형식은 원작 ‘오징어게임’과 같다. 다만 실제로 ‘죽는’ 원작과 달리 예능판에선 먹물 총을 맞는다.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 램버트의 CEO 스티븐 램버트는 “탈락하면 목숨을 잃는 원작의 극적 효과를 비슷하게 살릴 필요가 있었다”며 “모든 참가자는 인생을 뒤바꿀 정도의 특별한 상금을 손에 넣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 게임에 참여했다 탈락하는 순간, 그 꿈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죽음에 비해 싱겁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456만 달러를 얻을 기회가 좌절된 이들로선 가혹한 현실이란 얘기다.
참가자 한 명이 죽을 때마다 1만 달러가 적립된다. 말 그대로 목숨값이다. 참가자들이 떨어질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황금 돼지저금통에 돈이 차오른다. 돈이 쌓이는 모습을 보고 환호하던 한 참가자가 문득 멈칫한다. “아, 마냥 기뻐할 게 아니군.”
예능판은 원작에 대한 존중이 곳곳에 배어 있다.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두 번째 게임 ‘뽑기’를 우선 배치한 것 역시 그렇게 읽힌다. 공동제작한 더 가든의 CEO 존 헤이는 “핵심은 사람들의 도덕성과 인성을 보여주는 게임을 찾는 것”이라며 “원작 크리에이터 황동혁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달고나에 침을 묻히며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한다. 수백 명의 외국인이 우리가 어린 시절 했던 추억의 놀이를 ‘목숨 걸고’ 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나이 많은 노인과 몇몇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팀 명을 ‘깐부’로 붙이는 것에선 참가자들 역시 원작의 팬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원작처럼 예능판도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운동선수 출신 노모와 함께 출연한 택배기사 아들은 “엄마가 저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정작 엄마가 게임에 먼저 성공하면 초조해한다. ‘절친’과 출연한 한 참가자는 “둘만 남으면 그때는 각자도생”이라고 진심을 토로한다. 직업도 다양하다. 의사부터 학생, 일용직 노동자, 주부 등 가리지 않는다. 남녀노소, 직업 불문 1번에서 456번 사이 숫자로 불리는 이들은 무한경쟁 사회의 일원일 뿐이다.
참가자들에게 몰입하고, 그에 따른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서바이벌의 매력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초반에 큰 목소리를 낸 참가자는 이내 다른 참가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려 탈락하기도 하고, 반대로 선의를 통해 다른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주목받던 캐릭터가 비명횡사하기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한순간에 스타로 떠오르기도 한다. 램버트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처럼 응원하는 캐릭터들이 계속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넘어간다”며 “누가 새로 떠오를지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6일 넘게 진행된 촬영 기간 외부와 격리됐다. 촬영은 영국 런던의 워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만큼은 1920∼30년대 비행선을 만들던 영국 베드퍼드 카딩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현금으로 가득 찬 돼지저금통의 무게는 800㎏을 넘었다고 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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