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고립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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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사회활동가이자 사회학자가 올해 은퇴한다길래 후배들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싶은 연구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이런 문제에는 한 학자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연구의 유산이 담겨있으며,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나는 기회만 생기면 묻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적 고립도 조사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수많은 약자는 스스로 마음을 닫고 어쩔 수 없이 고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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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저명한 사회활동가이자 사회학자가 올해 은퇴한다길래 후배들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싶은 연구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이런 문제에는 한 학자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연구의 유산이 담겨있으며,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나는 기회만 생기면 묻는다.
그 사회학자의 답변은 '고립'이었다. 외로움이 시시때때로 느껴질 때, 아픈데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당면한 문제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을 때, 우리는 절절히 고립감을 마주한다.
최근 물가인상, 경제쇠퇴로 사회적 교류가 줄면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의 증가, 가족의 해체, 새로운 기술의 무차별적 사회 적용도 고립감을 확산했다.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학계와 정부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적 고립도 조사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 국내 통계청의 조사에서는 해마다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고한다.
걱정되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입양으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는 정은주 작가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는 저서에서 보육원 아이들의 외로움을 전한다.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은 친해질 만하면 생활지도원 선생님들이 예고도 없이 그만두거나 반을 옮기는데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는다고 한다.
탈북 청년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대를 품고 남한으로 넘어와 온통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은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대화에 끼면 낄수록 자신을 얕잡아보는 것이 느껴진다. '너는 그런 것도 모르냐'면서 핀잔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적 나이가 청년일 뿐 남한 사회에서 이들은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핀잔을 들으면 더 이상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도 고립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립을 택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은 장애인이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의 저자 백정연 작가는 장애인들이 왜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지 비장애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숱한 이유를 들려준다. 예컨대, 비장애인에게 맛집 탐방이나 전망 좋은 숙소 예약은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집을 나서는 순간 휠체어를 이동할 수 있는 평탄한 길과 엘리베이터,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돌계단은 없는지, 차를 몰고 나가는 경우 중간에 주유를 도와주는 주유소가 있는지,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화해서 일일이 물어봐도 장애인에게 어떤 것이 걸림돌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을 가려면 주변의 환경을 마치 경찰이 범죄 현장을 수색하듯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들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무인점포들이 많아져서 장애인들을 더욱 곤란하게 한다. 이들이 설치해 놓은 키오스크는 비장애인의 키 높이에 맞춰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해놓아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 키오스크에는 점자가 없어 시각장애인은 이용하기 힘들고, 빨리 단추를 누르지 못하는 노인들도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 보느라 이용을 포기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수많은 약자는 스스로 마음을 닫고 어쩔 수 없이 고립을 선택한다. 마치 사회가 당신들은 집에, 시설에만 있어야 사회가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사회에서 고립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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