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가 지닌 '타자' 이상의 가치…'이대호 은퇴 -손아섭 이적' 지켜봤던 롯데가 바뀌기 시작한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우리도 베테랑, 프랜차이즈 가치 인정하는 팀이 돼야"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전준우와 4년 보장금액 40억원, 인센티브 총액 7억원으로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 계약규모는 47억원으로 올해 FA(자유계약선수) 1호 계약. 이로써 전준우는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게 됐다.
전준우는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전준우는 데뷔 첫 시즌부터 조금씩 1군 경험을 쌓아나가더니 2010년 114경기에 출전해 101안타 19홈런 57타점 56득점 타율 0.289 OPS 0.850으로 활약하며 본격 '주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시즌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뛴 결과 첫 번째 FA 자격을 손에 넣었다.
분명 첫 번째 계약 규모는 전준우 입장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FA 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전준우는 11시즌 동안 1166안타 135홈런 타율 0.294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4년 34억원 계약을 맺는데 그쳤다. 이후 전준우는 4년 동안 650안타 61홈런 타율 0.311, OPS 0.839로 맹활약한 끝에 4년 총액 47억원으로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 영원히 롯데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타격 능력 만큼은 여전히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이지만, 포지션과 FA 등급(B등급)을 고려했을 때 전준우의 이적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예상은 예상에 불과했다. 롯데 외에도 지방 A구단이 전준우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계약 규모는 롯데와 전준우가 맺은 4년 총액 47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준우는 롯데 팬들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돈보다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명예를 택한 것.
전준우는 계약 후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내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깊이 감사하며, 내 선수 인생을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롯데 팬들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히며 "일부 팀들이 관심을 보여주신 것을 알고 있고, 이에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그러나 롯데 원클럽맨으로 남으려고 한 만큼, 타 팀과 구체적인 협상을 하지는 않았다. 할 시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약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준혁 단장은 FA 시장이 개장한 직후 전준우와 만남을 가졌고, 순식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기본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뒤 20일 오전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박준혁 단장은 "프랜차이즈 스타인데 1호 계약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활짝 웃었다.
롯데는 '타자'로서 전준우의 가치는 기본,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선수라는 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박준혁 단장은 "전준우의 가치가 타자도 타자지만, 팀으로서는 문화와 전통이 필요하다. 단장과 감독 등은 늘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한 선수가 있다면, 팀의 문화와 전통이 잡힌다. 이는 단장과 감독이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커룸 내에서의 문화는 선수가 만드는 것이다. 전준우가 지금껏 이를 해왔고, 지금부터 4년을 더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그동안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매우 박한 구단이었다. 이로 인해 손아섭의 경우 FA를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게 됐고, 이대호 또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이 밖에도 롯데에서 프랜차이즈로 활약했으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또한 세대교체로 인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상황도 잦았다. 박준혁 단장은 이러한 문화도 바꾸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전준우는 입단을 했을 때부터 롯데에서만 있었다. 원클럽맨이라는 단어가 가장 앞에 붙는 선수가 아닌가.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김태형 감독님도 똑같이 생각하실 것이다. 우리팀도 베테랑과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인정하는 전통이 있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팀이 가진 안 좋은 이미지를 지금이라도 하나씩 바꿔가면서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력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전준우는 2020시즌 이후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 올해는 138경기에서 154안타 17홈런 77타점 80득점 타율 0.312 OPS 0.852를 기록했다. 타격 능력만 놓고 보면, 롯데에서 전준우에 견줄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준혁 단장은 "타격 지표도 정말 좋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롯데는 전준우가 향후 현역 유니폼을 벗고 은퇴를 선언하게 될 경우 해외 코치 연수 지원 통해 후배 육성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지도자의 길을 펼쳐주기로 했다. 이제 전준우의 남은 목표는 우승이다. 전준우는 "부산 홈팬들의 열정적인 사랑과 응원이 생각나서, 이곳을 떠나서 야구한다는 상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야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롯데자이언츠 팬 때문인 것 같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팀이 가을야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제가 은퇴하기 이전에 리그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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