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최후 통첩"…은행 파격 이자경감 어떻게
은행들, 형평성·시장금리 눈치 속 이자부담 감면책 고민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캐시백' 등 거론…취약층 이자감면도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횡재세까지 거론하며 직접적인 이자부담 경감을 요구함에 따라 은행권이 들고 나올 이자 경감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8개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횡재세를 고리로 은행권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여러분들이 나름대로 ESG 경영을 내걸고 사회공헌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금융업계에 대한 이런 저런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그동안 각 금융회사별로 상생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국회에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고 했다.
은행권이 나름 상생금융을 위해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미달해 결국 정치권의 횡재세 법안 발의에 이르렀다는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횡재세 입법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횡재세법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추정하면 은행들에게 부과되는 횡재세는 약 1조9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민주당은 추정했다.
금융당국은 횡재세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중과세가 될 수 있으며 은행 외에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자본유출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같은 이유에서 횡재세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으로서는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횡재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이 횡재세 입법을 당론으로 밀어붙일 경우 당정은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수단이 남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은행 종노릇' 등의 발언으로 은행권 이자장사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 수장들이 횡재세를 거론한 것은 야당이 횡재세 입법을 강행하기 전에 은행들이 이자부담 경감을 비롯한 최대한의 상생금융안을 먼저 마련해오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위원장도 횡재세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우려를 언급한 뒤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국민들의 기대치에 걸맞는 상생 보따리를 내놓아야 횡재세 입법에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란 압박인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 역시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고 했다.
금융회사가 건전성 한도 내에서 감내 가능한 최대한의 직접적인 이자부담 경감을 요구한 것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횡재세까지 거론되는 최대치의 압박을 받은 은행권은 이자부담 일부 경감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이자부담 경감의 방법론을 놓고서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결국 고금리에 늘어난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를 깎아주거나 만기를 연장 또는 일부 면제해줘야 하는데 국민 기대치를 충족하면서도 시장 금리와 건전성 등을 지키는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차주들로부터 불거질 수 있는 형평성 논란도 부담이다.
금융지주 회장단은 은행 계열사들과 논의해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상생안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자부담 경감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캐시백 등의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자 캐시백을 실시키로 한 바 있는데 일정 기간 11만명의 차주가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총 665억원 가량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우리 사회가 제일 신경써야 하는 취약층 아닌가"라며 "상생금융의 출발은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외에 성실상환 차주 대출이자 감면이나 서민금융상품 금리 인하, 취약차주 연체이자 감면 등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생금융 시즌1' 때와 같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의 일괄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관리와 상출될 수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압박에 따라 이자부담 경감을 비롯하 은행들이 내놓을 상생금융 대책의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 이달 초 하나은행이 1000억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 계획을, 신한은행이 약 1050억원 규모의 금융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내놓았지만 금융당국은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5대 시중은행별로 2000억~4000억원씩 총 1조원대 이상의 상생금융 지원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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