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속사 설립' 김의성 "단단하고 큰 회사 만드는 게 꿈"

유수경 2023. 11. 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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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의성, 안컴퍼니 설립
신인배우 발굴과 컨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사업 구상
배우로서 고민도... "더 젊은 역할 많이 하고파"
배우 김의성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안컴퍼니 제공

1987년 연극 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의성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50대 배우로 꼽힌다. 그는 어린 후배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로 유명하고, 현장의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꼰대'가 되는 것을 거부해온 김의성은 "원래의 성향도 있지만 나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라면서 크게 웃었다.

1988년 영화계에 입성해 '1세대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가 됐으나 잠시 업계를 떠나기도 했던 그는 2011년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으로 복귀했다. 이후 '건축학개론' '남영동 1985' '관상' '암살' '내부자들' '부산행' '극한직업' 등 인기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모범택시' 등 안방극장에서도 활약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과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외계+인' 2부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로비'까지 김의성은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다. 바쁜 와중에 새로운 도전도 하게 됐다. 소속사 안컴퍼니를 설립하고 대표가 된 것. '편안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사명처럼 모두가 즐거운 회사를 만들겠다는 김의성은 "단단하고 큰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 목표는 (BTS 소속사) 하이브"라고 농담하며 웃었다. 배우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인배우 발굴과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겠다는 각오다.

새출발을 하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김의성을 본지가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표가 된 것을 축하한다. 회사 설립은 언제부터 생각했나.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막연한 이상이 있었는데, 배우들끼리 같이 자주 보고 회사에 가면 놀이방이 있어서 차도 마시고 얘기하고 대본도 읽고 그런 회사를 꿈꿨다. 아티스트컴퍼니에 갔을 때도 그런 분위기였다. 너무 좋아서 내가 앞장서서 회사 신인 배우들이랑 1주일에 2번씩 연기 연습하고 그랬다. 올해 여름에 회사를 차릴 때도 배우들이 진짜 서로 돕고 많이 보는 회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하고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현재는 어떤 배우들이 소속돼 있나.

"지금은 회사에 신인배우 3명과 내가 있다. 빨리 그들을 키우고 싶다. 완전 신인들이라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다. 매체 경험이 거의 없는 어린 친구 두 명과 공연을 오래 한 친구 한 명이 있다. 현진이는 대학로에서 아이돌 같은 친구인데 무조건 잘할 거다. 고운 느낌과 섬뜩한 느낌이 공존한다. 회사 실장이 추천을 해줘서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첫눈에 반했다. 또 다른 친구는 대학교 1학년인데, 후배가 교수로 있는 학교 학생이다. 1학년들 워크숍 한다고 하길래 갑자기 가보고 싶더라. 다들 긴장해서 떠는데 한 명만 안 떨고 무대 위에서 놀더라.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배우도 있는데 잘하는 친구라 기대가 된다. 너무 자랑만 했나. 하하."

-신인들을 보면서 과거 생각도 많이 났겠다.

"그렇다. 처음 내가 무대에 섰을 때가 생각나더라. 제대로 된 무대도 아니었다. 아현동 굴레방다리 시장 있는 곳의 연습실에서 관객 열 몇 명 있는 데서 공연한 게 처음이었다. 30여년 전 일이다. 그때 생각이 나더라. 연기하며 내 손을 보는데 덜덜 떨고 있더라. '이거 어떻게 멈추지'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런데 무대에서 안 떠는 친구를 보니 신기하고 가르쳐보고 싶더라. 처음부터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회사 고민이 많은 배우들을 종종 봤다. 향후 친한 배우들도 영입할 생각인지.

"물론 친한 배우들을 영입해서 할 수도 있다. 순리대로 차차 하려고 한다. 나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지향하진 않는다. 무조건 단단하고 큰 회사를 만들고 싶다. 배우들이 큰 회사에 가면 회사가 힘은 있는데 나까지는 안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 반면 작은 회사는 힘이 없다. 우리 회사는 좀 커질 때까지는 배우가 경영하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한다. 매니지먼트 파트에서 일 하나 따내는 게 진짜 어렵다. 그래서 내가 초반에는 많이 도울 것이다."

배우 김의성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안컴퍼니 제공

-원래 부담스러운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가.

"나는 누구도 '선생님'이라고 못 부르게 한다. 차라리 '선배님'이나 '의성씨'라고 부르는 게 좋더라. 최근에 일본에 촬영 갔다가 30대 교포 여성이 '의성씨'라고 불러줘서 신선했다. 예전엔 방송에서 다 누구씨라고 서로 불렀다. 절대 반말도 안 쓰고 '우리는 시청자 앞에서 다 아랫사람이다'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존대는 하되 적당한 경어만 쓰고 지나치게 높이지도 않았다. 시청자들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그땐 시청자가 앞에 있고 우리가 얘길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끼리 얘기하는 걸 시청자가 몰래 보는 개념으로 방송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 제작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영화인들의 시름이 깊더라. 배우로서 공감하나.

"공감한다. 사실 드라마쪽은 더 힘들다. 영화 드라마 모두 몇 년 걸릴 거다.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할 거 같다. 스케줄 얘길 할 때도 '이 작품 촬영이 끝나면 그 다음은 모르겠는데' 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배우들도 생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전에는 캐릭터 말고 자기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꺼리고 해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들은 별로 안 한다. 예능을 상대적으로 많이 찍으니까 약간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드러내면서 사람들하고 공유하는 면적을 넓히는 거다."

-누구보다 다작을 하고 있어서 배우로서는 큰 걱정이 없을 듯한데.

"사실 작품 고민은 있다. 먹고 사는 것의 문제가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내 나이가 된 배우들은 배역의 범위가 많이 줄어든다. 30대나 40대라면 모든 역이 다 주어지는데 이젠 나이로 블럭이 쳐진다. 역할 제한이 되는 것도 있고, 어느 순간부터 역할들이 쉬워진다. 한 달에 스무 번 나갈 일이 다섯 번만 나가면 되고, 액션도 연습 안 해도 되고 앉아서 대사를 하는 게 많아진다. 그런 역들이 주어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 나이보다 더 많은 역할도 조금씩 하게 되고 70대 역할도 하게 되니 처음엔 '블루오션이네' 생각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더라. 젊은 역도 더 하고 배우로서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배우들이 유튜브 채널에도 많이 출연하는 추세다. 김의성 배우 역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유튜브 영상을 계속 찍고 있는데 업로드는 미루고 있다. 방송용으로도 편집해서 OTT로 공개하는 것을 생각 중이다. 그런데 술 마시러 여행을 떠나는 콘텐츠라서 술 먹는 게 좀 힘들다. 하하. 12월이랑 1월에 일본 두 군데 가고 한국 한군데 가면 시즌 하나가 끝난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

"내가 한국이나 일본의 작은 도시들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작은 도시의 작은 술집들 다니면서 술 마시고 이런 걸 좋아하다 보니, 좋아하는 걸 하면 좋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그런데 촬영 스케줄 정하고 계속 마시는 건 힘들더라. 양조장 같은 데를 가고 싶어서 그런 곳도 가는데, 아침부터 술을 먹게 되더라. 그게 데미지가 쌓인다. 촬영을 한 번 가면 2개 정도 찍어서 오는데 보통 3박4일이나 4박5일을 간다. 대단한 건 아니어도 내가 만드는 나의 작은 예능이라 보면 될 것 같다."

-향후 다른 계획도 있나.

"유튜브 콘텐츠를 꾸준히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 중이다. 책을 좋아해서 책 읽는 걸 해볼까도 생각한다. 또 하나는 2019년에 부산영화제 때 내가 기획한 게 있었다. 배우 세 명을 섭외해서 극장에서 출연작을 같이 보는 거다. 그때 테마는 '나보다 더 나쁜 놈들'이었다. 박성웅 조우진 진선규 배우를 초청해서 '신세계' '내부자들' '범죄도시'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배우랑 마이크 들고 즉석에서 코멘터리 하는 걸 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이어폰을 끼면 코멘터리가 들리고 빼면 영화 사운드가 들리고 그런 형태다.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그거를 온라인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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