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글 인 서울' 임수정 "심장에 남는 배우이고 싶죠"

조은애 기자 2023. 11. 2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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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정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싱글 인 서울' 속 영호(이동욱)와 현진(임수정)의 사랑은 서울과 묘하게 닮았다.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의 낭만을 발견하듯, 두 사람은 늘 곁에 있어 몰랐던 서로의 특별함을 뒤늦게 알아본다. 사랑은 단박에 빠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서서히 물드는 것이기도 하다. 현진이 영호와 있을 때 느꼈던 편안함이 알고 보니 설렘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2년 '건축학개론'의 흥행을 이끈 제작사 명필름의 신작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현진을 연기한 임수정과 만났다.

"'싱글 인 서울'은 제목부터 설렜던 작품이에요. 등장인물 모두 싱글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현실에 착 붙은 듯한 사랑스러움도 좋았어요. 현진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늘 주변에 누군가가 있길 원하지만 실전 연애 감각은 부족한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죠. 특히 상대를 위해 바뀌고 움직이기보다 빈틈이 있으면 있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라 더 애정이 깊었어요."

현진은 넘치는 열정과 능력으로 직장에서 인정받는 베테랑이지만, 연애 문제에선 헛발질하기 일쑤다. '싱글 인 더 시티' 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싱글이 답"이라고 외치는 영호와 만난다. 취향도 가치관도 너무 다르지만, 영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쩐지 즐겁다.

"연기하다가 안경이 코 밑으로 줄줄 흘러도 그대로 놔둘 만큼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썼어요. 전형적으로 예뻐 보이지 않더라도 캐릭터가 쌓이면 예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저한테는 특별해요. 최대한 힘을 빼고 일상적인 톤으로 연기했거든요. 드라마틱한 전개 대신 로맨스를 켜켜이 쌓아가려면 내추럴한 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가능했던 건 시나리오 속 말맛 덕분일 거예요."

'싱글 인 서울'이 보통의 사랑 이야기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온도 때문이다. 시작부터 격정적으로 불태우기보다 두 사람의 감정을 은은한 라이트로 밝히며 복잡한 도로를 달리듯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쌓아간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담담해요. 첫눈에 반하지도 않고 직장에서 만나는 연하남도 없죠.(웃음) 한마디로 판타지 요소가 없다는 거예요. 주인공들도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각자 너무 뚜렷하고 취향마저 달라요. 그래서 적당히 일만 하고 헤어지려 했는데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깨닫죠. 그 관계의 속도와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제가 지금 30대였다면 이런 사랑 이야기가 안 다가왔을 거예요."

'싱글 인 서울'은 다양한 형태의 싱글 라이프를 이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혼자여서 좋은 영호든 혼자가 싫은 현진이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촘촘하게 쌓인 캐릭터 설정 덕에 어느 쪽을 택해도 이입하기 쉽다. 현재 싱글인 임수정 역시 인물들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밝혔다. 

"싱글이 답은 아니지만 꽤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여전히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있고요. 일단 자유롭잖아요. 나만 생각하면 되니까. 제 주변 친구들은 이제 대부분 가정이 있어서 본인의 삶보다 아이나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다행인 건 제가 외로움을 잘 안 타요. 혼자 굉장히 잘 지내요. 그럼에도 '싱글 인 서울'을 보니 설레더라고요. '연말에 사랑할 일 생겼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전 이제 편하고 친구 같은 사람이 좋아요. 친한 언니들이 나이 들어서 그런 거라던데.(웃음) 영호 같은 남자라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잘 살 것 같아요."

특히 '싱글 인 서울'은 그간 임수정의 멜로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다시 한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은채,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 '김종욱 찾기'의 지우 등 시대를 대표하는 로맨스물을 선보였던 임수정은 이번에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나이에 맞는 멜로를 꾸준히 해왔는데요, 배우로서 로맨스물에 계속 출연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피지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심장을 말랑말랑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나이 들수록 장르물에 비해 로맨스물은 몰입이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로맨스 영화가 만들어지는 한, 40대의 사랑, 50대의 로맨스도 계속 그려보고 싶어요."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고백한 것처럼 임수정은 현재 소속사나 매니저 없이 약 1년째 홀로 활동 중이다. 이날 역시 혼자 택시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매니지먼트사의 돌봄에 익숙해졌더니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겁이 많아지더라. 혼자 움직이면서 좀 자유로워졌다. 오늘도 걸어서 집에 가려고 운동화를 가져왔다"며 웃었다.

"19세 때 연기를 시작해서 꽤 오랜 시간 일만 보고 살았어요. 근데 30대 초중반쯤 됐을 때 머리를 탁 맞은 것 같았어요. 배우 임수정은 알겠는데 인간 임수정은 뭘 좋아하는지, 여자 임수정은 뭘 사랑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일과 살짝 거리를 두고 개인 생활에 집중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하고 건강 관리도 하면서 좋은 변화를 겪었고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 순간 다시 연기 열정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일과 삶의 조화를 잘 찾아서 매일 즐거워요. 오래 사랑받는 제 전작들처럼, 앞으로도 계속 관객들의 심장에 남는 배우로 기억되기 위해서 잘 나이 들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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