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 "지속가능 위한 포용행정…도시 마스터플랜"
왕십리역 글로벌비즈타운으로·세계적 문화거점 추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기훈 기자 = "일단 운이 따라야죠. 선거는 대개 시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마련인데, 불운을 뚫고 나가는 사람들은 뭔가 있는 것이죠."
지난 15일 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3선 비결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한 뒤 "제 경우는 운이 좋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서울의 유일한 3선 구청장인 그는 국민의힘이 약진한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했다.
당시 성동구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60.7%의 몰표를 주면서도 자치구청장 투표에선 민주당 소속인 정 구청장에게 56.7%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
정당 지지도 열세를 딛고 3선 고지에 오른 것은 안정적으로 구정을 이끈 성과 덕분이란 평가를 받는다.
구정의 핵심 축인 도시개발과 사회복지를 모두 공부한 '도시 전문가'인 정 구청장은 민선 6·7·8기를 관통하는 도시 철학을 "일터와 삶터, 쉼터가 조화로운 도시"라고 요약했다.
삶터(주거)나 일터(상·공업지역), 쉼터(문화 레저공간)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세 요소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야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구청장은 '마스터 플랜'을 강조했다.
그는 "민선 6, 7기를 거치면서 장기적 발전을 고민해왔다"며 "도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중장기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난개발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중장기 계획의 뼈대는 유지하되 구청장마다 자신의 색을 입혀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20∼30년 뒤를 내다본 밑그림이 작년 수립한 '2040 성동 도시발전 기본계획'이다. 여기에는 경제·행정·교육·문화를 아우르는 '4대 도약'과 권역별 '4대 중심' 프로젝트가 담겼다.
우선 4대 핵심 공간별 특성에 맞춰 특화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왕십리역 일대는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으로, 소월아트홀 부지는 신행정타운으로 만든다.
덕수고 이적지·행당도시개발구역·한양대 일대는 교육타운,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는 문화관광 타운으로 조성한다.
정 구청장은 특히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뚫리는 교통 요충지인 왕십리역 인근의 구청, 경찰서, 의회 등은 모두 행정타운으로 옮기고, 인근에 대기업 본사를 유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중심 프로젝트는 금호·옥수(주거 중심), 마장(연결 중심), 송정·용답(환경 중심), 성수(일자리 중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균형발전 추진이 핵심이다.
구는 실행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해 11월 용역에 착수해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지속가능 도시를 위한 키워드로 '포용'을 꼽았다.
약자를 품을 수 없다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런 도시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 정책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 상승으로 영세 상인과 원주민이 상권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
성동구는 2015년부터 성수동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추진해왔다.
2016년 다른 지자체와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고 법률 제·개정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노력 끝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성수동은 고유 지역색을 간직한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관리비를 높이거나, 2년에 한 번씩인 임대차 계약을 1년 주기로 맺어 두차례 임대료를 올려받는 꼼수도 생겨났다.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 구청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통해 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서는 상가 관리비 공개 의무규정을 신설하고, 현재 1년마다 증액할 수 있는 임대료를 2년 이내에 늘릴 수 없도록 개정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정 구청장이 이렇게 열심인 것은 "약자에 대한 포용이 도시의 기본정책이 돼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그는 "포용 정책이 성공한 도시는 지속가능 성장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갈등이 심화해 멸망할 수밖에 없다"며 "약자에 대한 포용이 도시의 기본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동구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스마트 포용도시'다.
각종 혁신 기술을 포용도시 구현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스마트 포용도시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도시"라며 "기술이 아닌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냉난방 기능과 각종 IT 기술이 접목된 버스정류장 '스마트 쉼터'가 있다.
바닥에 빨간색·녹색 불이 들어오는 '스마트 횡단보도', 비가 내릴 경우에만 자동으로 덮개가 열리는 '스마트 빗물받이'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에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을 막는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도 시범운영 중이다. 스마트 흡연부스는 음압 설비로 담배 연기의 외부 누출을 막고, 내부에는 공기정화 및 탈취, 냉방 기능을 적용했다.
정 구청장은 스마트 흡연부스 설치로 민원도 사라졌다면서 "올해 말까지 2곳에 확대하고, 내년에도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10곳까지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 구청장은 "지방행정은 포용의 행정"이라며 "만장일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결 원칙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논리지만 다수를 내세워 소수에게 무조건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만사를 다수결로 정해버리면 얼마나 쉽겠나"라고 반문하며 다수의 논리에 차별과 소외를 겪는 소수자가 없도록 포용하는 정책을 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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