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열자마자' 불타는 스토브리그…종신 롯데→거물 이적, FA급 2차 드래프트 이적설까지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24년 시즌을 향한 스토브리그가 문을 열었다. FA 시장은 첫 날부터 의미있는 계약이 두 건 나왔다. 그런데 하루 뒤에는 돌아온 2차 드래프트까지 열린다. FA급 선수가 보호 명단에서 빠졌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돌면서 어느 팀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KBO는 18일 오후 FA 승인 선수 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 발표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올해 FA는 예년 만큼 '대어'를 꼽기 어려운 시장으로 예상됐고 실제 명단도 100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따낼 정도의 선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데 LG 오지환이 FA 자격을 승인해 논란이 됐다.
오지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6년 124억 원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 계약이 시작되는 시점에 '힌트'가 있었다. LG는 오지환과 연장 계약을 발표하는 시점에서 2024년부터 새 계약이 시작된다고 공지했다. 이 새로운 계약을 FA 계약으로 맺겠다는 것이 LG의 방침이다.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자동 보호 대상을 하나라도 늘리려는 방법인데, 연장 계약을 발표만 해놓고 사실은 FA로 보겠다는 전략이 보기에 따라서는 '꼼수'로 여겨질 수 있다. 어쨌든 LG는 다른 팀에 비해 사실상 1명 더 많은 선수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FA 1호 계약의 주인공은 오지환이 아니었다. 다시 구단 업무가 재개되는 월요일 20일, 롯데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전준우와 4년 보장 40억 원, 인센티브 포함 최대 47억 원에 계약했다. 37살 전준우는 '종신 롯데'를 선언한 셈이다.
전준우는 구단을 통해 "롯데 구단에 입단후 많은 관심과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과 두번째 FA에도 지난 4년간의 성적과 미래 가치를 인정해 주신 신동빈 구단주에게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흡족한 금액에 계약한 만큼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팬들이 바라는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첫 번째 이적 선수가 나왔다. 이번에는 롯데 소속이던 안치홍이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 보장 4년 47억 원에 합의하고 곧바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9일부터 협상이 시작됐는데 단 하루 만에 이적이 결정되는 초스피드 계약이었다.
이적을 선언한 안치홍은 "나를 높게 평가해 주시고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신 한화이글스에 감사드린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인 만큼,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고 팀의 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롯데에는 "마지막까지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롯데자이언츠 구단과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안치홍의 이적을 이끌어 낸 손혁 단장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모두 갖춘 선수다. 구단 입장에서는 영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선수가 우리의 마음을 알아준 덕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박준혁 단장은 "안치홍이 팀에 있는 동안 정말 큰 몫을 했다. 그랬던 선수인 만큼 공백이 작지 않다고 느낀다. 안치홍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선수 육성 등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하고, 지금까지도 고민해왔다"며 "최선의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감독님과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박준혁 단장은 안치홍의 공백을 메울 방안을 섣불리 언급하지 않았다.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면서도 말을 아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만 앞세우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듯했다. 다만 "전력 보강이라는 일이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들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것들을 하나씩 잘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2일에는 2020년을 끝으로 폐지되고 잠시 퓨처스 FA로 대체됐던 2차 드래프트가 다시 열린다. 2차 드래프트는 각 구단 35명 외 선수가 이적하는 기회인데, 입단 1~3년차와 당해 연도 FA 신청 선수, 지명 시행 전 FA 보상 선수로 이적한 선수는 자동 보호 대상이다.
지난 14일 보호선수 명단이 각 구단에 전달됐는데, 이때부터 이번 2차 드래프트는 예년과 달리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선수들이 보호 명단에서 빠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샐러리캡이 생기면서 몸값 대비 성적이 기대 이하인 선수들이 전력 외로 분류된 경우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벌써 상위 순번 지명권을 가진 팀들이 어떤 선수를 데려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FA 시장에 앞서서는 SSG 랜더스의 신임 감독이 확정됐다. 이숭용 전 kt 육성총괄이 4대1 경쟁을 뚫고 사령탑에 올랐다.
이숭용 신임 감독은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 등 총액 9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SSG랜더스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영광스럽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성적과 육성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만큼 책임감을 갖고 주위 코칭스태프, 선수, 프론트와 함께 매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의 기조를 다지겠다"며 "다시 인천에 돌아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팀의 신구조화와 유망주 성장을 목표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토브리그 개장 후 첫 평일인 20일을 '오픈'으로 볼 때, 단 사흘 만에 내년 시즌 전력을 좌우하거나 혹은 야구계와 팬들이 주목할 만한 계약이나 이적이 쏟아지게 됐다. 흥행 걱정으로 시작해 800만 관중을 일궈낸 KBO리그가 겨울 스포츠계 스포트라이트까지 가져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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