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이사가는 날 [포토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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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이사를 한다.
11월15일 2.5t 트럭 두 대에 실린 은행잎은 서울 올림픽대로를 지나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넜다.
남이섬으로 이사를 간 서울 송파구 은행잎들이 만든 순간이다.
깨끗한 은행잎 20t은 남이섬 관광자원으로, 낙엽 650t은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서 쓰레기 분류 작업을 거쳐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여주와 춘천 등 농가에 퇴비로 무상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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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이사를 한다. 11월15일 2.5t 트럭 두 대에 실린 은행잎은 서울 올림픽대로를 지나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넜다. 낙엽들은 강원도 춘천 남이섬 제일 남쪽, 이미 앙상해진 은행나무들 아래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찾지 않던 길 위에 은행잎이 깔리자, 말레이시아에서 온 달리하(4)는 은행잎을 침대 삼아 뒹굴었다. 사람들은 환한 노란빛을 하늘 위로 날리며 마음껏 웃었다. 남이섬으로 이사를 간 서울 송파구 은행잎들이 만든 순간이다.


은행잎의 이사는 2006년부터 시작됐다. 남이섬은 섬 밖보다 기온이 낮아 은행잎이 11월 전에 떨어진다. 매년 그 빈자리를 서울 송파구 은행잎으로 채웠다. 그 덕에 관광객을 11월 말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초겨울이 되면 낙엽을 수거해 발효시킨 후, 이듬해에 조경용 퇴비로 재활용한다. 서울 송파구는 소각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깨끗한 은행잎 20t은 남이섬 관광자원으로, 낙엽 650t은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서 쓰레기 분류 작업을 거쳐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여주와 춘천 등 농가에 퇴비로 무상 제공한다. 낙엽 소각 비용은 1t당 약 17만원이 드는데, 수거한 낙엽 중 98%를 재활용해 매년 1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원래는 버려지는 게 이렇게 다시 쓰이니까, 일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죠.” 은행잎 포대를 나르던 송파구청 이종욱 공무관(53)이 말했다. 누가 알았을까. 길바닥에 버려진 은행잎이 먼 타국에서 온 네 살짜리 꼬마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 그러니 이 가을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일상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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