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이사가는 날 [포토IN]

박미소 기자 2023. 11. 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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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이사를 한다.

11월15일 2.5t 트럭 두 대에 실린 은행잎은 서울 올림픽대로를 지나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넜다.

남이섬으로 이사를 간 서울 송파구 은행잎들이 만든 순간이다.

깨끗한 은행잎 20t은 남이섬 관광자원으로, 낙엽 650t은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서 쓰레기 분류 작업을 거쳐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여주와 춘천 등 농가에 퇴비로 무상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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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 강원 춘천시 남이섬. 말레이시아에서 온 관광객과 그의 딸 달리하(4)가 은행잎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낙엽이 이사를 한다. 11월15일 2.5t 트럭 두 대에 실린 은행잎은 서울 올림픽대로를 지나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넜다. 낙엽들은 강원도 춘천 남이섬 제일 남쪽, 이미 앙상해진 은행나무들 아래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찾지 않던 길 위에 은행잎이 깔리자, 말레이시아에서 온 달리하(4)는 은행잎을 침대 삼아 뒹굴었다. 사람들은 환한 노란빛을 하늘 위로 날리며 마음껏 웃었다. 남이섬으로 이사를 간 서울 송파구 은행잎들이 만든 순간이다.

서울 송파구청 청결팀 소속 직원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남이섬에 반입할 은행잎을 수거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서울 송파구 은행잎을 실은 트럭이 배를 타고 남이섬을 향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은행잎의 이사는 2006년부터 시작됐다. 남이섬은 섬 밖보다 기온이 낮아 은행잎이 11월 전에 떨어진다. 매년 그 빈자리를 서울 송파구 은행잎으로 채웠다. 그 덕에 관광객을 11월 말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초겨울이 되면 낙엽을 수거해 발효시킨 후, 이듬해에 조경용 퇴비로 재활용한다. 서울 송파구는 소각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깨끗한 은행잎 20t은 남이섬 관광자원으로, 낙엽 650t은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서 쓰레기 분류 작업을 거쳐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여주와 춘천 등 농가에 퇴비로 무상 제공한다. 낙엽 소각 비용은 1t당 약 17만원이 드는데, 수거한 낙엽 중 98%를 재활용해 매년 1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남이섬 수재원 관광조경팀 직원들이 은행잎 포대를 남이섬 송파은행나무길에 뿌리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서울 송파구의 은행잎으로 채워진 남이섬의 송파은행나무길. ⓒ시사IN 박미소
말레이시아에서 온 달리하(4)가 은행잎을 던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원래는 버려지는 게 이렇게 다시 쓰이니까, 일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죠.” 은행잎 포대를 나르던 송파구청 이종욱 공무관(53)이 말했다. 누가 알았을까. 길바닥에 버려진 은행잎이 먼 타국에서 온 네 살짜리 꼬마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 그러니 이 가을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일상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기를.

11월13일 서울 송파구 자원순환공원에서 송파구청 청소행정과 청결팀 소속 직원들이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청결팀에서 일한 지 4년째인 이창현씨(43)는 “깨끗해지는 거리만 봐도 마음이 후련하고 좋다”라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쓰레기를 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사IN 박미소
하루에 들어오는 낙엽 양은 약 5t이다. 선별된 쓰레기 양은 75L 종량제 봉투 7개로, 약 70㎏이다. 낙엽철인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소속 직원들은 무단 투기 단속 등 본업무 이외에 낙엽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추가 업무를 한다. 쓰레기를 가려낸 낙엽은 농가에 퇴비로 무상 제공된다.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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