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땅 일본 미야기, 치유의 길 한국 올레를 품다
지역 관계자 “무라타가 이렇게 주목받은 적 없었어”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에 큰 피해
‘치유와 상생의 길’ 미야기올레로 발길이 이어지길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잡은 ‘올레’ 트레일 문화 선도
이 길 끝엔 무엇이 기다릴까. 지난 11일 개장한 일본 미야기현 5번째 미야기올레 무라타코스의 첫 인상은 정갈했다. 굽이치는 오솔길을 따라 걷는 동안 바람에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와 숲의 푸른 색감이 내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살아있다’는게 폭신하게 깔린 흙을 한걸음한걸음 밟아나가는 이순간 생생하다. 이렇듯 자연에 취해 수시간 걷다보면 결국 풀어헤쳐진 나와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무라타 코스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검수를 받으며 미야기현이 3년을 공들인 결과물이다. 길을 찾는 탐사팀 운영만 1년 남짓 걸렸다. 미야기현 관광연맹 호리이 아카네는 “비포장도로 등 올레에 기준이 되는 조건을 충족하는 길을 찾는게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에게 호평받은 건 톱밥길이다. 군데군데 바닥에 쓰러진 삼나무·참나무 칩을 깔아 푹신푹신하게 만든 것으로 길을 걷는 사람을 배려한 아이디어다.
미야기올레는 일본 도호쿠 지역이 가진 아픈 역사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바다와 산맥, 풍요로운 전원지대까지 자연 혜택을 넘치게 받은 곳이지만, 2011년 3월11일 발생한 진도 9.1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거대 쓰나미가 지역을 삼키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일으켰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한국은 물론 일본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지진 피해자 가운데 절반 정도인 1만500여명이 미야기현 주민으로 행방불명된 1200여명은 아직도 수색 중에 있다.
◆세계로 뻗는 한국의 올레
길은 또다른 길을 부른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한국의 올레는 국제 트레일 문화의 선두주자다. 지난 12일 미야기현에서 열린 일본 미야기올레와 대만 단란고도 우정의 길 체결식에 초청받은 제주올레는 마치 국제결혼의 중신을 선 모습이었다. 제주올레 기획실 최윤정은 “대만과 일본 역사 국제관계 복잡성을 생각할 때 뜻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체결식에서 각국 관계자들은 잇달아 제주올레 안은주 대표와 이유미 일본지사장을 찾아 감사인사를 전했다.
미야기현 부지사 이케다 다카유키는 “이어지는 길이 미래의 길이 되도록 절차탁마하고 일치단결하길 바란다”며 “이번 우정의길 체결식이 국제교류촉진과 상호 발전, 지역 발전 기회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축하했다. 미야기 의회 의장 기쿠치 케이이치는 “2014년 제주올레와 아시아트레일컨퍼런스 모임에서 대만측과 첫 만남을 가졌다”며 “한국과 일본, 각 지역 아시아트레일 연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야기=글·사진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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