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바라보는 후배들과 꿈나무들에게 전하는 김하성의 ‘진심’
[청담=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김하성이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김하성은 11월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서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하성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어워즈'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코리안리거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최초다.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 3인에도 선정됐고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도 득표했다.
올시즌 대성공을 거둔 줄곧 후배들과 어린 꿈나무들을 강조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프로야구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는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을 걷고 있는 만큼 후배들은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리안리거의 '시초'인 박찬호가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김선우, 추신수 등 많은 선수들이 뒤를 이었고 류현진이 포스팅의 길을 연 뒤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 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어졌다. 그리고 김하성은 선배들이 해내지 못한 최초의 업적을 썼다.
이제는 김하성을 보며 꿈을 키우는 선수들도 많다. 프로 무대에서 김하성을 '멘토'로 삼고 성장한 이정후는올겨울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계획이고 고우석도 메이저리그의 신분조회를 받으며 빅리그를 노리고 있다. 김하성은 "이정후와 고우석은 워낙 대단한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의 도전은 또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 꿈나무들에게 진지한 조언을 전했다. 바로 '언어'다.
김하성은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하나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건 당연하고 그건 본인들이 준비해야한다. 어릴 때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메이저리그에 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영어공부를 안했다. 그래서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 영어 공부를 미리 하면 꼭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후와 고우석도 영어 실력이 나와 다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에서 결국 우리는 이방인이다. 먼저 많이 다가가야 더 인정을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정후에게는 또 하나의 조언을 전했다. 계약과 관련한 실질적인 조언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국 선수들은 유독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넣는 것에 집착했다. '내가 못해서 마이너리그로 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반응한 강정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떻게든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으려 노력했다. 김현수처럼 거부권이 실제로 선수를 지켜준 경우도 있지만 윤석민처럼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김하성은 "내가 첫 해에 정말 못했는데 마이너리그로 가지 않았다"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연봉이 어느 정도만 되면 마이너리그로 보내기가 어렵다. 성적이 너무 '바닥'이 아닌 이상은 그렇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내가 미국에 진출할 당시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배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마이너리그로 가면 큰일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거부권에 집착도 했었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정후도 아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적지 않은 돈을 받게 될텐데 그러면 거부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옵트아웃 조항을 넣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안 조언이다. 실제로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은 최저 연봉 수준의 저연차 선수들 뿐. 수백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가치를 끌어올려 더 빠르게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저 연봉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낮은 금액에 입단하는 선수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또 한 명의 '히어로즈 후배'인 김혜성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했다. 김하성은 "다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올 내야수는 김혜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나이대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선수다. 내게 자주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이 많다.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은 미국 무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곧 포스팅 자격을 얻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최근 '모교'인 부천북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김하성은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스승님들이 다 안계셔서 그간 찾아가기가 힘들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야구부원이 9명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다치면 경기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인원도 많아졌더라. 감사한 일이다"며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니 메이저리거가 꿈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어릴 때 메이저리그라는 말을 당당히 말한 적이 있었나를 돌아봤다. 그만큼 어린 친구들에게 메이저리그가 가깝게 다가왔다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그런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서 한국 야구를 더 빛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안리거의 새 역사를 쓴 김하성은 이제 28세지만 어느덧 어엿한 '대선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김하성이 탄탄하게 닦고 있는 길을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걸어갈지 주목된다.(사진=김하성)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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