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페이커와 T1의 시대
왕의 귀환!
왕좌 탈환을 위해 날을 벼려온 T1의 앞을 막을 상대는 지구상에 더이상 없었다.
T1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LPL) 대표 웨이보 게이밍(WBG)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통산 4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 페이커의 대관식
‘페이커’의 대관식으로 ‘LoL 연대기’에 기록될만한 결승전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곧 ‘LoL e스포츠’의 역사다. 2013·2015·2016년 T1(당시 SK텔레콤 T1)이 롤드컵을 제패할 당시 맨앞에는 언제나 ‘페이커’가 있었다. 글로벌 언론에서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란 기사가 쏟아지고, 그의 생일이 있는 5월 열리는 ‘MSI’ 대회에서는 전세계 팬들이 ‘해피버스데이 페이커’를 합창해 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난 6년 그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새로 정비된 팀과 함께 다시 롤드컵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문턱에서 좌절했다. 물론 이 시기에도 그의 퍼포먼스는 대단한 것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아닌 ‘페이커’였기에 팬들도 본인도 만족할 수 없었다. 선수생명이 비교적 짧은 e스포츠의 특성 탓에 “페이커도 나이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LCK 서머’를 통해 입증된 대체불가한 페이커의 존재감은 다시 팬들의 탄성을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상위권을 질주하던 T1은 서머 1라운드 막바지에 페이커가 손목 부상으로 이탈하자 급격히 흔들렸다. 페이커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결국 T1은 페이커가 없던 기간에 1승 7패라는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이대로라면 롤드컵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웠던 상황. 하지만 2라운드 막바지에 페이커가 복귀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T1은 다시 궤도에 올랐다.
이번 롤드컵은 데뷔 11년 차인 페이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11년 동안 ‘T1 맨’으로 뛰었던 페이커는 그동안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았던 터라,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 위해 절치부심해 왔다.
마침내 페이커 이상혁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소환사의 컵’을 네번 들어올린 선수로 ‘LoL의 연대기’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그리고 ‘여전히 페이커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전세계 팬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 다시 ‘T1 왕조’ 시대
이날 결승은 또 ‘T1 왕조’의 복귀 선포식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결승전 같은 4강전’에서 LPL 최강인 징동게이밍을 제압하고 결승에 나선 T1에게 WBG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T1은 반란세력을 진압하듯 무자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T1은 1세트 초반 WBG에게 킬을 내주긴 했지만 15분 이후에 벌어진 대규모 교전에서 ‘오너’ 문현준의 리 신이 맹활약하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2세트에서 T1은 초반부터 킬을 쓸어 담으면서 웨이보 게이밍에게 1킬만 허용하는 완벽함을 보여줬다.
3세트에서 1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를 풀어간 T1은 ‘페이커’ 이상혁의 아칼리가 상대 진영을 휘저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두 번의 에이스를 달성하면서 3-0 완승을 확정했다.
T1은 이번 롤드컵에서 ‘중국 킬러’ 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스위스 스테이지 2승1패조 경기에서 LPL 2번 시드 빌리빌리게이밍을 2-0으로 꺾으면서 시동을 걸기 시작한 T1은 8강에서는 LPL 3번 시드 리닝게이밍을 3-0으로 잡아냈다.
이번 롤드컵에 앞서 T1은 2017년과 2022년 결승에서 각각 삼성 갤럭시와 DRX에게 패하면서 6년 동안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한을 풀겠다며 날을 시퍼렇게 벼려왔다.
결국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에 이어 네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리며 세계 최강팀의 면모를 다시한번 과시했다.
결승전 MVP로는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가 선정됐다. 최우제는 2018년 롤드컵 우승자인 ‘더샤이’ 강승록을 상대로 수차례 솔로킬을 따내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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