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치고 가는 차에 '아찔'"…낙엽길 낭만? 이들에겐 '전쟁'[르포]
20일 오전 5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거리. 아직 동트지 않아 사방이 어두운데도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환경공무원(옛 환경미화원)들의 움직임은 바빴다. 이들은 허리를 숙여 빗자루와 넉가래로 낙엽을 쓸어 담았다. 거리엔 발을 디디면 신발이 가려질 정도로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환경공무원들이 200~300ℓ짜리 마대자루에 낙엽을 담으니 10포대가 넘게 나왔다.
한창 작업을 하던 환경공무원이 마대자루 안에 얼굴을 집어넣고 낙엽을 휘적 휘적 살폈다. 그러자 각종 담뱃갑과 담배꽁초, 일회용 컵, 스티로폼들이 빠져나왔다. 그는 "낙엽들을 퍼담다보면 각종 생활 쓰레기들도 담긴다"며 "이런 것들을 분류하지 않으면 소각할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하나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시기 환경공무원들은 낙엽과 전쟁을 치른다. 낙엽을 치우다보면 하루 최대 스무개 포대자루가 나올 때도 있다. 하루 8시간을 일하다 보면 3만보는 족히 걷는다. 낙엽은 제 때 치우지 않으면 안전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3일 안에 치우는 게 중요하다. 환경공무원들은 스스로를 '앞만 보고 가는 직업'이라고도 부른다. 열심히 청소를 했는데 뒤만 돌아보면 또 낙엽이 쌓이니 앞만 보고 청소를 한다는 것이다.
환경공무원은 매일 오전 5~8시, 9~12시, 오후 1~3시까지 총 3차례 근무를 한다. 스무명이 넘게 1.5km씩 구역을 나눠서 거리를 청소한다. 우선 빗자루를 이용해 한 쪽으로 낙엽을 모으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보다 한참 큰 마대자루에 집어 넣는다. 마대자루는 각 구의 청결 기동반을 통해 자원순환센터로 이동된다. 이곳에선 낙엽을 공터에 넓게 퍼뜨려 생활 쓰레기를 골라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모아진 순수 낙엽들은 비료로 재활용되거나 소각된다.
가을이 절정에 다다르는 11월 초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때부터는 낙엽이 워낙 많아져 자원순환센터에서도 낙엽과 생활쓰레기를 분류할 시간이 없다. 보통 청결 기동반이 마대자루를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곧바로 실어 나르는데, 이 때 생활 쓰레기가 낙엽 안에 섞여 있으면 업체가 소각을 거부한다.
이호병 동대문지부 사무국장은 "가을이 되면 마대 자루를 다 풀어서 직접 일일이 쓰레기를 분류하거나 (소각 업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수 밖에 없다"며 "반복적으로 생활 쓰레기가 발견되면 패널티를 받아 그곳을 이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근무를 할 때 밀고 들어오는 차량도 위험 요소다. 낙엽이 인도 아래에도 쌓이기 때문에 환경공무원들은 차도에 직접 내려가 작업을 해야 한다. 안전모에 경광등이 달려 있고 작업복에 반사판도 있지만 깜깜한 새벽에는 이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한 곳에서만 낙엽 청소를 하는게 아니라 시종일관 이동을 하기 때문에 트래픽콘을 하나하나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환경공무관은 "빗자루질을 하는데 어떤 차가 빗자루 끝을 툭 치고 간 적도 있다"며 "낙엽 치우는 동안은 주변을 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차들이 밀고 들어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가로수로 인기가 높은 플라타너스는 환경공무원들에겐 기피 수종이다. 플라타너스는 주먹만한 크기의 잎으로 생존력이 높고 정화 능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상 먼지도 제일 많이 달라붙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 환경공무원들을 힘들게 한다. 한 환경공무원은 "플라타너스는 비가 올 때 하수구를 막는 일등공신"이라며 "특히 비오는 날에는 손으로 하나하나씩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공무원들은 가을철 낙엽을 치우는 건 중요한 일인만큼 시민들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환경공무원은 "낙엽은 오래 두면 이파리가 썩어 보기도 안 좋고 시민들 통행로에도 방해가 돼서 빠르게 처리하는게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거리 곳곳에 생활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낙엽 위에 자전거를 탈 때 각별히 조심하는 것 등이 작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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