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체성이 가장 큰 무기” 美 고위급 선출·정무직서 활약하는 2人

김은중 기자 2023. 11. 2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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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
제이슨 박(왼쪽) 미국 버지니아주 보훈·병무 담당 부장관과 실비아 장 루크 하와이주 부지사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장련성 기자

“많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혁신과 발전의 상징 같은 나라입니다. 한국인 정체성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예요.”

한국계 미국 정치인인 실비아 장 루크(56) 하와이주 부지사와 제이슨 박(34) 버지니아주 보훈·병무 담당 부장관은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인 두 사람은 한국계로는 드물게 고위급 선출직·정무직에 올라있다. 재외동포협력센터(OKCC)가 주최한 제9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한 이들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며 “한국계 대통령·부통령이 나오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루크 부지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 손을 잡고 하와이로 이민을 왔다. 이민 7년 만에 부친이 세상을 떴다. 그는 “알파벳 한 글자도 모르고 미국에 왔지만 모친의 희생과 방과 후 지도를 마다하지 않던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20여 년 동안 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 커리어를 쌓았고 지난해 11월 4년 임기의 부지사직에 당선됐다. 한인 이민 120년 역사상 하와이주 ‘2인자’인 부지사 자리에 한국계가 오른 건 루크 부지사가 처음이다.

루크 부지사는 “90년대 말 정치권에 입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다수의 유권자들은 나를 일본계나 중국계로 생각했다”며 “지금은 한국이 문화뿐만 아니라 혁신·기술·기후변화 등 모든 쿨(cool)한 것들을 상징하는 나라가 됐으니 캠페인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과 한국인들이 부럽다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8월 100명이 넘게 사망한 마우이 화재 당시엔 우리 외교부가 200만달러(약 26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했는데 루크 부지사는 “‘미국이 항상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냐’며 한국이 가장 먼저 기부를 해와 주민들이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미국 메릴랜드주 골프장에서 제이슨 박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씨는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다 두 다리를 잃었다. /연합뉴스

박 부장관은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군인으로 복무하던 중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두 다리와 손가락 2개를 잃었다. 이후 다국적 기업 보잉에서 7년을 일하다 잠재적 대선 주자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에 스카우트돼 지난해 1월부터 정무직인 주 보훈·병무 담당 부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박 부장관의 부친도 군인 출신으로 용산 등에서 30여 년을 장교로 복무했다. 그는 “부상으로 엘리트 군인의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긍정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부모님이 항상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한국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 부장관의 주요 임무는 6·25전쟁 참전 용사를 포함한 약 70만명의 보훈 가족을 챙기는 것이다. 그는 “그들의 희생을 통해 오늘날의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건데 오히려 나를 보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특히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대해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부른 것도 좋았지만 직접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것이 고마웠다”며 “전우애만큼 강한 유대(bond)도 없는데 한미 국민들에게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계속 알려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계 정치인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영향력도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며 “미국 대선에서 한국계 대통령·부통령이 나오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연방 하원의원 중 한국계가 4명(모두 재선 이상)이나 되고, 앤디 김(41) 하원의원은 뉴저지주에서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는데 당선되면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이다. 3년 뒤 주지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루크 부지사는 “통일이나 위안부 문제같이 한미가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때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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