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둑리그도 우리가 이끈다”
한국바둑리그가 출범한 지 20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변치 않은 게 있다. ‘송아지 삼총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85년생 소띠로 38세 동갑인 최철한(3월생) 박영훈(4월생) 원성진(7월생)은 올해도 KB바둑리그 최고령 선수 1~3위를 지키면서 신화 쌓기를 이어갈 기세다.
역대 바둑리그 ‘개근생’은 최철한과 박영훈 2명뿐이다. 이들은 2003년 ‘드림리그’부터 2022~23년 대회까지 20시즌을 모두 뛰고 21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이창호(19회)보다도 많다. 원성진은 군 복무 공백으로 17년간 바둑리그에 몸 담았다.
바둑리그 통산 다승 1위의 주인공은 최철한이다. 정규 시즌(169승)과 연간 합계(186승) 등 두 부문에서 꽤 오래 선두를 지켜왔다. 원성진은 161승, 박영훈은 160승으로 통산 다승 5, 6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이 기간에 3명이 거둔 승수를 합산하면 무려 507승에 달한다.
한국 랭킹 9위 원성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지명(주장)에 뽑혀 식지 않는 ‘송아지 파워’를 확인했다. 이창호가 2015년 40세 때 이룬 역대 바둑리그 최고령 주장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보인다. 당시 이창호의 랭킹은 40위권이었다.
‘송아지’ 3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사이좋게 한 번씩 MVP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박영훈은 신성건설 소속 시절인 2005년 한중 챔피언 대결서 거둔 2승 포함 11전 전승을 마크, 그해 최우수 기사로 선정됐다. 바둑리그 사상 최초의 ‘시즌 퍼펙트’ 기록이었다.
원성진은 셀트리온에 몸담고 있던 2020~21 시즌에 박영훈의 영광을 재현했다. 17전 전승으로 최고 스타 신진서를 제치고 36세에 MVP로 뽑힌 것. 최철한은 2006년 킥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다승왕(12승 2패)까지 겸했다.
올 시즌을 앞둔 3명은 새내기처럼 들떠 있다. 다승 합계 2위 박정환(185승)에게 1승 차로 쫓기고 있는 최철한은 “1위를 사수하고 내년 200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신생 팀 영암의 3지명으로 선발됐다.
원성진은 “주장 부담감을 떨치고 내 몫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며 “에이스 결정전에서 14판 기준 10승 정도 올릴 각오”라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원익 3지명으로 호명된 박영훈은 “모든 일정을 바둑리그에 맞추겠다. 5할 이상 승률이 1차 목표”라고 했다.
최철한 원성진 박영훈은 1990년대 중반 차례로 입단하면서 ‘송아지 3총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평생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각축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우정을 키워왔다. 번갈아 세계 메이저 정상을 정복하면서 한국 바둑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박영훈은 바둑리그를 “어린 시절 우리의 꿈을 키워준 텃밭”이라고 했다. 원성진은 “오늘의 나를 만든 무대”로, 최철한은 “항상 동기를 부여해주던 기전”으로 표현했다. 셋은 또 입을 모아 “우리는 영원한 송아지”라며 “나이 조금 먹었다고 ‘황소’라고 하는 건 어색하다”고도 했다.
2023~24 KB 한국바둑리그는 23~28일 추가 선발전을 열어 참가 8팀 구성을 완료한 뒤 내달 28일 본격 레이스에 들어간다. 우승 팀 상금은 2억5000만원. ‘송아지 축제’가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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