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뒤흔든 내부 반란…"쿠데타냐" 월가 발칵 뒤집혔다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나수지 2023. 11. 2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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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사태' A to Z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로이터


월가에서 주말을 가장 달군 뉴스는 누가 뭐래도 오픈AI에서 벌어진 '쿠데타'였습니다. 챗 GPT 공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른 오픈AI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쫓겨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올트먼이 오픈AI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로 자리를 옮겨 AI 관련 팀을 담당하게 됐지만, 오픈AI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샘 올트먼의 '축출'부터 오픈AI 내부 혼란까지 '오픈AI 쿠데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금요일 오후 알려진 올트먼 해임


사건의 시작은 지난 17일 오후 3시 25분경(이하 미국동부 현지시간 기준)이었습니다. 오픈AI가 올트먼 CEO의 해임 소식을 알렸습니다. "의사소통이 솔직하지 않다"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해고 소식은 올트먼에게도 갑작스레 전해졌습니다.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이사직에서 해임된 그렉 브록먼의 X(기존 트위터)를 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납니다. 그는 17일 자정 가까운 시간 트위터를 올려 "샘과 나는 오늘 이사회가 한 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해고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트위터에 따르면 올트먼은 해임발표 전날인 16일 저녁,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로부터 내일(17일) 정오에 미팅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츠케버는 올트먼에게 해고 소식을 전했고, 여기에는 브록먼을 제외한 모든 오픈AI 이사진이 동의했습니다. 이후 브록먼 역시 이사회에서 해임되었다는 통보를 수츠케버로부터 받았습니다.

오픈AI 이사진이 올트먼을 해임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 가운데 하나는 오픈AI 이사회 내부 이상주의자들의 '쿠데타'라는 분석입니다. 오픈AI는 창업하면서 '인류 전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AI를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올트먼은 인공지능의 위험성보다는 사업화를 우선시했고, 이 점때문에 오픈AI 이사진과 갈등을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올트먼은 해임 직전 독자적으로 AI용 반도체 생산 스타트업을 설립하려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량의 AI작업에 특화한 텐서처리장치(TPU) 생산기업을 만들어 엔비디아같은 AI 반도체 기업으로 키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픈 AI는 올트먼의 해임 소식을 알린 뒤 후임 CEO로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로 취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소식을 발표 몇 분전에 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며 "수츠케버 등 이사진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조차 알트만이 떠난 이유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트먼의 역습, 그러나 실패


자신이 초기부터 일군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올트먼은 주말새 '역습'을 시도합니다. 주요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트먼의 편에 서면서 오픈AI CEO 복귀를 위해 회사 출근을 강행합니다. 올트먼은 자신의 X에 손님용 출입증을 발급받아 목에 걸고있는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내가 출입증을 받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복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올트먼이 자신의 복귀 조건으로 기존 이사진을 모두 사임할 것을 요구하면서 올트먼의 복귀 시도는 좌절됐습니다.


오픈AI 복귀에 실패한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1일 오전 나델라 CEO는 X에 "올트먼이 MS에서 첨단 AI 리서치팀을 이끌 것"이라며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트먼도 이에 대해 "미션은 계속 된다"고 화답했습니다. 


오픈AI의 새로운 CEO는 에멧 쉬어 전 트위치 CEO가 임명됐습니다. 쉬어 CEO는 자신의 X에 "오픈AI의 임시 CEO직 제안을 받고 몇 시간동안 고민했다"며 "오픈 AI가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회사중 하나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올트먼의 해임과 관련한 과정과 의사소통이 매우 잘못 처리됐다"며 "우리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습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쉬어 CEO는 앞으로 한 달 동안 3가지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첫번째는 독립적인 조사관을 고용해 지금까지 오픈AI에서 벌어진 일의 과정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생성하는 것 △두번째는 가능한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이 내용을 공유하는 것 △마지막으로 경영진과 임원진을 재편하는 것 입니다. 이에 더해 쉬어 CEO는 올트먼의 해임 이유와 관련해 "AI의 안전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올트먼이 해임된 것이 아니다"라며 세간의 추정을 부인했습니다.

 오픈AI 임직원 500명 "올트먼 돌아오라"

쉬어 CEO의 바람과 달리 오픈AI 내부 잡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픈AI 직원 770명가운데 대부분인 700여명은 20일 성명을 내고 "올트먼 전 CEO와 브록먼 전 이사를 복직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 MS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직원들은 "당신(이사진)의 행동으로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우리는 직원에대한 역량 판단력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올트먼 CEO 해임을 주도했던 수츠케버 공동창업자 역시 이 성명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X에 "이사회의 행동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오픈AI를 해칠 의도가 없었고, 회사의 재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올트먼과 브록먼은 이 게시물에 대해 하트모양의 이모티콘으로 화답했습니다. 


겉으로보기에 올트먼 CEO와 오픈AI 이사진의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올트먼은 이 날 또 다시 X에서 "오픈AI 이사진들은 모두 역사에 기록될 이 일에서 엄청난 일을 해왔다"면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며 "하나의 팀, 하나의 임무로 일하는 것이 매우 기대된다"고도 적었습니다.

월가에서는 '오픈AI 사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히려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트먼과 브록먼이라는 오픈AI내 핵심 인재를 흡수한데다, 마이크로소프트 내 올트먼의 팀과 오픈AI가 경쟁구도를 형성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에버코어ISI는 "오픈AI의 인재유출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MS 입장에서 올트먼 직접 고용은 더 나은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오픈AI의 손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날 미국증시 오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2%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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