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9회, 이인영 6회 공천… 이게 민주당의 현실”
文청와대서 청년소통정책관
민주당 여선웅 前강남 구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여선웅(40)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선민의식’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내가 맞는다’는 운동권 주류의 세계관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86 운동권의 세계관이 과거에 정체돼 있다고 진단하면서, 민주당의 반기업 정서도 세대교체와 함께 변화될 것이라고 했다. 여 전 행정관은 “86들이 떠나고 나면 ‘진보 실용주의 민생 정당’이 민주당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낡은 86 운동권 방식’이라며 송영길 전 대표를 비판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9번, 이인영 의원은 6번 공천을 받았다. 왜 정치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번에 다시 총선에 나가겠다면 새로운 정치적 목표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86 운동권, 아직도 과거에 갇혀
-86 용퇴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나.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주장하지 않는다. 운동권 중진들은 최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파동 등 당 현안에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조용히만 있는다. 비겁하다. 스스로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주장이지만 86 용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실력으로 밀어낼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80년대생들뿐만 아니라 97세대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86세대가 물러나더라도 7080년생들은 90년대생들에게 패싱당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 ‘청년’ 배지들도 꽤 많은데.
“국민의힘은 이준석, 민주당은 ‘처럼회’ 의원 등 극단적 인물들이 부각되면서 청년 정치 무용, 실패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은 별로 새로운 목소리를 낸 것 같지 않다. 기존 운동권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한계도 보였다.”
-86세대들을 뛰어넘는 어젠다가 없었다는 건가.
“사실 지금도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다 보니 86들이 ‘독재와는 우리가 가장 잘 싸운다’고 나서는 거다.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장관과 싸우는 것도 그렇다. 가만 있으면 우리가 알아서 상대할 텐데, 송 전 대표가 나서면서 우리 목소리가 묻히게 된다.”
여 전 행정관은 최근 여당의 ‘메가 서울’ 공약에 대한 대응, ‘횡재세’ 도입 주장, ‘타다’ 승소 판결 등을 두고 민주당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 70여 명이 속한 ‘을지로위원회’의 ‘반기업’ 정서를 비판하면서 “친기업으로 가는 게 오히려 혁신”이라고도 했다.
-발언에 대한 반향이 있나.
“내가 중량감 있는 인사가 아니라서겠지만, ‘타다의 승소는 민주당의 패소’라는 지적 등은 꽤 아팠을 것 같은데 별 반향이 없다. 아직도 기업을 적으로 보는 운동권의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게 문제다. 86 운동권들이 가진 노동관·경제관은 여전히 ‘팩토리(공장) 중심 산업’ 구조에 멈춰 있다.”
-반기업 정서가 거기서 나온다고 보나.
“팩토리 산업은 노동력이 곧 생산성인 시대, 노동력을 착취해야 이윤이 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IT 업계 같은 경우는 노동력이 곧 창의성이고, 엄청나게 인재 대접을 해준다. 민주당은 지금 검찰에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카카오’ 때려잡기를 하는 데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무조건 기업은 나쁘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 아닌가.”
-노선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나.
“민주당이 가장 버려야 할 게 ‘선민의식’이다. ‘무조건 내가 맞는다’는 운동권 주류의 세계관, 민생보다 이념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 대표 상품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집은 사는(buying) 게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집이 우리 국민의 첫 번째 자산인데 이걸 지키고 늘리려는 마음을 투기로 몰아갔다.”
-부동산 정책의 전면 전환 필요하다고 보나.
“적어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실거주 의무제는 대폭 축소·폐기해야 한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 같은 것만 입법 독주할 게 아니라,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을 다수 의석으로 통과시키면 어떤가. 그러면 탈이념적인 2030세대, 중도층에 어필할 것이라고 본다.”
-입법 독주를 하되, 방향을 바꾸라는 건가.
“이재명 대표가 말한 3% 성장론, 4.5일제 등 좋은 정책이지만, 지금 민주당은 좋은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다수 의석으로)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 노선을 전환하면 국민이 보기에 최고의 혁신일 것 같다.”
-당 주류에 반대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지금 당장은 비주류의 생각이지만 장차 내 주장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86들이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으로 갈 것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정치를 알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민주당 내 ‘원칙과 상식’이 발족했다.
“소신 있는 정치를 하고 싶고 소신 있는 정치인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비명계라고 하는 분들이 그간 너무 비겁하고 무능했다. 이런 모임을 일찍이 만들어 이재명 대표와 진검승부를 벌였어야 하는데, 계속 각자 목소리만 내고 실력 행사를 안 했다. (뒤늦게) 공천 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불만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는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의 반응이 웃긴다. 공식 논평을 보면 인요한 혁신위를 깎아내린다. 인요한 혁신위가 현역 기득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혹시 성공해 민주당 현역들에게 불똥이 튈까 봐 그런 것 같다. 나는 원외 신인의 입장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청년에 공천 할당? 동의 못해
-청년 비례 당선권에 공천,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나.
“권력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뺏어야 한다. 누가 나눠 준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청년 공천 할당 같은 주장은 청년 정치를 2부 리그화시키는 것 같다. 나부터도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스스로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 점수를 매기자면.
“낙제점이다. 전혀 보수 정부 같지 않다. 대통령이 이렇게 한 기업을 때리면 기업인들은 위축돼서 아무것도 못한다. 지지율 신경 안 쓰고 개혁한다고 했는데, 노동 개혁이니 의대 정원 확대니 모두 어디로 갔나.”
-윤석열 정부가 잘한 정책도 꼽아 달라.
“한일 관계 개선은 잘한 것 같다. 대륙이 막힌 우리나라는 결국 태평양 국가로 나아가야 하고, 태평양 국가와 손잡아야 한다. 한일 관계 푼 것은 우리가 먼저 열어주고 일본이 따라오게 한 ‘국민의힘식 햇볕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문제는 진영 대결로 흘러간 측면이 있다.
“민주당에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외교 관계에 있어서 실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정당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본만 나오면 이데올로기적으로 변한다. 젊은 세대들은 반일 감정이 없다. 정무적·정치공학적으로도 2030에게 어필하는 전략이 아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다. 아쉬운 점이 있나.
“문재인 정부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퇴임 때까지 지지율이 높았고, 경제·외교 성적이 괜찮았고,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너무 잘못했고, 결국 정권을 뺏겼다.”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직전 총선보다 더 큰 산업 대전환의 흐름이 오고 있다. 디지털화를 잘 주도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어디로 출마하나.
“외부 변수도 많고 당내 사정도 바뀔 것 같다. 공천 시스템도 바뀔 수 있어서 계속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는 중이다.”
☞여선웅
1983년생인 여선웅 전 행정관은 민주당 당직자를 거쳐 2014년 지방선거 때 서울 지역 최연소로 강남구 구의원에 당선됐다.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인 쏘카(2018~2019년),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2021~2023년)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고, 2019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지냈다. 그는 “AI산업 육성법은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국회 속도가 가장 느리고 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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