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신도 예외없이 경선…'그들만의 리그' 논란 불가피
당 내 '갑론을박' 속 이점 계산 분주
"현역만 유리…정치신인 죽으란 말이냐"
"대통령실 인사 '용산 후광'에 그나마 나아"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공정한 경쟁에 벌이는 '상향식 공천'(모든 지역구 전략공천 완전배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선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이상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혁신위원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며 불공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혁신위가 내년 총선 관련 공천 규정을 변경하는 것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선정하는 하향식 공천보단 당원과 지역구 민심을 통한 공정 경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지만, 현역 의원과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찬성하는 측에서도 공정한 경선 규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지난 17일 상향식 공천에 대해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 선정 원칙을 정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위에서 내려오는 공천보다 당원과 해당 지역구 민심을 가장 큰 원칙으로 하는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인사가 유리하다는 지적에도 김 위원은 당 중진 의원의 희생(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이 이뤄진다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신환 혁신위원도 2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역구가 비었을 때 용산 사람이나 특정 세력을 낙하산 공천하는 것이 결국 반혁신이고 구태로 보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어떤 공천도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당이 총선 전략으로 사용하는 '전략 공천' 카드를 버리고 공정 경쟁을 통해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에 당내에선 큰 이견은 없는 분위기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좌우하며 '전략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위로부터 후보를 지명하는 '하향식 공천'으로 빚어진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항상 문제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내에서도 국회의원 등의 공직선거 후보자를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와 동시에 신진 정치인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제기되면서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다.
당내 인사들이 특히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공정을 가장한 불공정 무대'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경선은 보기에는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불합리하고 혁신위가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면서 "경선은 조직 선거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역의원·조직·당협위원장·인지도 유무에 따라 경선에 이길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오히려 전략공천이 공정해 보일 정도이며 당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라면 경선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출마가 거론되고 인지도가 있는 혁신위원(김경진·오신환 위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신인 정치인을 위한 가산점을 크게 늘린다고 해도 경선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이 합리적인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갈등의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얼마 되지 않는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소용없는 만큼, 신인에게 30% 가까이 가산점을 줘야 실질적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략 공천 배제는 당의 인재 영입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20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영입 인재를 추천 받는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문제는 전략 공천이 배제된 상황에서 정치적 기반이 없는 신진 정치인들이 현역 의원과 경선에 나선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당선 우세지역 청년(45세 미만) 전략지역구 선정'을 통한 공개경쟁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당내에선 전략공천 배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공정으로 포장한 경선으로 "이기기 위한 흑색선전으로 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출마를 준비 중인 전·현직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급 인사들도 공정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정치 신인보단 사정이 낫다는 평가다. 한 당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도 후광이라도 있으니, 신인이라고 해도 이름 덕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인 가산점에 용산 출신이라는 점까지 이름 없는 신인보단 사정이 낫지 않겠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길 자신이 없다면 나오지 않은 것이 좋지 않겠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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