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스스로 놓으려는 순간 후회 밀려와”···美 금문교, '자살방지' 철망 설치

김정욱 기자 2023. 11. 21. 02: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금문교 아래에 설치돼온 '자살 방지망(Suicide Deterrent Net)'이 약 5년 만에 거의 완공됐다.

다리 위의 난간을 더 높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경관을 해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우세해 다리 아래에 철망을 설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리서 매년 33명 극단적 선택···안전망 설치로 감소 기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에 설치된 ‘자살 방지망’. 사진제공=금문교 고속도로·교통국
[서울경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금문교 아래에 설치돼온 ‘자살 방지망(Suicide Deterrent Net)’이 약 5년 만에 거의 완공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이 그물의 길이는 다리 총연장과 같은 1.7마일(2.7㎞)이며, 폭은 20피트(6.1m)다. 예산은 총 2억1700만달러(약 2813억원)가 투입됐다.

금문교 고속도로·교통국에 따르면 ‘안전망’이라고 불리는 이 철망은 금문교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다.

최근에 이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문교에서 투신 사건은 1937년 5월 27일 다리 개통 후 10주 후에 처음 발생했고, 지금까지 약 2000여명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2011년부터 따지면 10년 동안 335건의 투신 사망이 확인돼 연평균 33.5건이었다.

하지만 모든 투신자가 목격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시신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며, 실제 투신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금문교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중심으로 투신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안전망을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해 2018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철망은 다리의 인도 아래 20피트(6.1m) 지점에서 바깥쪽으로 20피트 뻗어 나가는 형태로 설치됐다.

금문교 고속도로·교통국은 “안전망의 이런 형태는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 절차를 통해 결정됐다”며 “탁 트인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래의 수면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리 위의 난간을 더 높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경관을 해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우세해 다리 아래에 철망을 설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1978년 UC버클리대의 리처드 세이든 박사 연구에 따르면 1937년부터 1971년까지 투신할 의도로 다리에 갔다가 구조 당국 등의 설득으로 포기한 515명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94%가 계속 살아 있거나 자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 9월 금문교에서 뛰어내렸다 구조돼 살아남은 케빈 하인즈씨는 “손이 난간을 떠난 순간 내 행동에 후회가 밀려왔다”며 “물 위로 추락하는 4초 동안 그는 우울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거의 본능적인 생존 충동이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하인즈씨는 투신 당시 충격으로 크게 다쳐 척추뼈 3개를 티타늄 금속판과 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고 약 한 달 후 퇴원했다.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전했다.

그는 “나처럼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 모두 같은 순간에 후회했다고 말했다”면서 “극단적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해 금문교에서 투신했다가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망이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