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후보자는 처신을, 야당은 안보를 돌아봐야[손효주 기자의 국방이야기]

손효주 기자 입력 2023. 11. 20. 23:39 수정 2023. 11. 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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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손효주 기자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으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특히 그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당일 골프를 친 사실을 두고 야당이 비판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더욱 그렇다.

2020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의 ‘골프 전력’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야당(현 여당)은 원 후보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이나 다음 날 골프를 친 사실을 문제 삼았다. “국민 상식선에서 납득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2015년 이순진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에선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었던 이 후보자가 골프를 친 것이 문제가 됐다. “지뢰 폭발이 북한 소행임을 알기 전이었다”고 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2013년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 때도 골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6월 김승겸 합참의장이 국회 공백 사태 장기화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골프는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의 단골 논란거리였다.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 A 씨는 “군인이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자체가 대비 태세를 유지하려고 부대에 머물기 위한 목적”이라며 “민간인의 골프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하는데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청문회 때마다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건 안타깝다”고 했다.

따져보면 김 후보자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골프 이력을 보면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치거나 다 치고 나니 도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방부 국방개혁실 국방운영개혁추진관으로 일할 때 등 북한 도발과 관련한 작전지휘 계선과 무관한 직책에 있으면서 골프를 쳤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선배들이 청문회 때마다 ‘골프 수난’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굳이 민감한 날 골프를 쳤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합참의장 후보자가 될 거란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해군 1함대사령관 등 작전 계통 요직을 거쳐 별 두 개 이상 단 장군이라면 자신을 잠재적 합참의장 후보군으로 여기고 처신에 주의했어야 한다. 최소한 소장이 된 이후엔 ‘골프 타이밍’을 정하는 데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원로 B 씨는 “국민은 골프 친 시간까지 따져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분단국가에서 별 두세 개 단 장군이라면 직책 등과 무관하게 북한이 도발한 날 한가롭게 골프나 쳐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정서”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근무 시간에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역시 해명의 여지는 있다. 전체 주식 거래 활동계좌 수는 9월 21일 기준으로 약 6761만 개. 평균으로만 보면 국민 1인당 1개 이상 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2년간 그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 46건 중 41건이 매수였다. 단기 차익을 노리며 게임하듯 사고판 것이 아닌, 저축하듯 주식을 사 모은 것에 가깝다는 의미다. 2년간 46건 거래, 그것도 매수 위주의 거래는 상식 밖의 행위는 분명히 아니다. 차익 실현을 위해 만사 제쳐두고 주식 창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이 역시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한 예비역 중장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해군 작전을 관장하는 해군작전사령관이 근무 시간에 별 세 개 달린 전투복을 입고 주식 거래 앱에서 매수를 누르는 모습 자체가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경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자녀 학교폭력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김 후보자는 취임 전에 이미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다만 이런 비판이 사퇴 압박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김 후보자가 야당의 사퇴 요구에 못 이겨 사퇴해버리면 그는 대장 진급 이후 보직 없이 전역하는 초유의 대장이 된다. 북한을 코앞에 둔 우리 군은 군령(軍令·작전지휘권)권 공백을 단 1초도 허용해선 안 된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 이제 막 단행된 대장 인사를 또 흔들 수는 없는 만큼 결국 김승겸 현 합참의장이 의장직을 연장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경우 이미 교체 대상이 된 현 의장이 제대로 된 지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장 진급자를 곧바로 ‘대장 중의 대장’ 합참의장에 내정할 정도의 파격을 결정할 때는 검증이 더 엄격했어야 했는데 정부의 검증이 꼼꼼하지 못했던 건 문제다. 하지만 그의 결함이 합참의장직을 수행해선 안 될 수준의 결격 사안이 아니라면 사퇴 압박까지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비판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건 옳다. 그러나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골프를 쳤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사퇴를 압박해 군 서열 1위 후보자를 벼랑 끝으로 모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 군이 맨 위에서부터 흔들리는 일을 반길 이는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눈앞에 둔 북한이다. 사퇴 압박이 정치적 압박을 넘어 실제 사퇴로 이어졌을 때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지 냉철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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