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주민이 그린 그림 보러 오세요” 서울시청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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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의 만남이 행복이었습니다.'
시민청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이날까지 쪽방촌 주민들이 제작한 캘리그래피 11점, 시화 7점, 세밀화 10점 등 총 54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서울시와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디딤돌 문화교실'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4~9월 서울역과 남대문 인근 등의 쪽방촌 주민 49명이 모여 시화와 캘리그래피, 사진 등 다양한 강좌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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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월 문화 교육 프로그램 제공
장애 딛고 재기한 쪽방촌 화가 작품 등
노숙인 등 위한 ‘희망의 인문학’도 진행
‘당신과의 만남이 행복이었습니다.’
17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지하 1층 시민청. 이런 문구와 국화꽃이 함께 그려진 캘리그래피(손으로 쓴 그림문자)가 보였다. 쪽방촌에 사는 윤용주 씨(63)가 올해 ‘제8회 디딤돌 문화교실’에서 수강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윤 씨는 “모든 이들과의 만남이 귀하다는 뜻에서 생각한 문구”라고 했다.
시민청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이날까지 쪽방촌 주민들이 제작한 캘리그래피 11점, 시화 7점, 세밀화 10점 등 총 54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쪽방촌 화가, 그림 그리며 환상통 잊다
서울시와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디딤돌 문화교실’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4~9월 서울역과 남대문 인근 등의 쪽방촌 주민 49명이 모여 시화와 캘리그래피, 사진 등 다양한 강좌를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이면 먹고사는 데만 급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여가시간을 보낼지를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캘리그래피를 수강한 윤 씨는 30대 초반까지 한국화를 그리던 직업 화가였다. 그림만으로 먹고살기 어려워 시작한 중장비 임대 사업이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술에 의존하게 됐고 부인과도 갈라섰다.
혼자 남은 윤 씨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당뇨 합병증까지 오면서 2016년에는 오른쪽 다리, 2017년엔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절단 후에는 환상통에 시달렸다. 다리가 있었던 부위에서 때때로 전기에 감전된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장애를 갖고 쪽방에 갇힌 윤 씨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윤 씨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주위에서도 ‘다시 그림을 그려 보라’고 용기를 북돋았다”고 말했다. 익숙한 서울역과 고가도로 등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개인전을 세 번이나 연 ‘쪽방촌 화가’로 거듭났다.
술도 끊었고 2021년부터 서울시 디딤돌 문화교실의 캘리그래피 수업을 매년 들었다. 그는 “정갈하게 글씨를 쓸 때마다 마음도 정돈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집무실에 걸린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 글귀도 윤 씨의 작품이다. 오 시장이 올 7월 쪽방촌에 들렀을 때 선물했다고 한다. 윤 씨는 “동행이란 표현에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쪽방 주민 문화교육 확대”
서울시는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희망의 인문학’ 수업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의 제안으로 2008~2012년 시행된 후 중단됐다가 지난해 부활했다. 올해는 심리상담과 음악, 서예 등 취미 관련 수업은 물론이고 운전면허나 바리스타처럼 일자리 관련 강의도 함께 운영됐다. 올해만 노숙인과 저소득 시민 739명이 참여해 592명이 수료하며 수료율 80.1%를 기록했다. 시는 21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수료식을 연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은 “디딤돌 문화교실이나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통해 쪽방촌 주민들도 정서적으로 힐링할 수 있고, 인생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희망의 인문학이 희망과 자립, 자활을 돕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약자 동행 특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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