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급한 정부…공시가 현실화율 개편 또 연기
목표 10%P 낮추고도 확정 못해
보유세 수입 급감…위법 논란도
정부가 보유세 및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공공행정에 쓰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개편을 또 미뤘다. 올해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후퇴시킨 뒤 향후 로드맵 설정은 연기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건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20일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는 당초 현실화율 목표치와 달성 연도에 대한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 용역을 맡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재수립 방안’에는 구체적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발제를 맡은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진방향 제언’에서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안에서 목표 현실화율 하향 조정, 목표 달성 기간 연장 등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현실화 계획의 구조적 문제 및 추진 여건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가격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시세 반영률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상존한다”면서 “현실화율 로드맵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정확성 제고’ 목표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공시가를 2024년까지 시세 90%로 끌어올리기로 한 전임 정부의 로드맵이 세 부담으로 직결돼 이를 다시 낮추는 안을 내놓는 게 골자다.
연구용역을 맡은 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 수정안 초안에서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10%포인트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목표 연도도 2040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월 로드맵 수정안을 확정 짓는 대신 올해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국민의 보유세 부담을 황급히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아파트는 당초 올해 목표치 72.7%에서 69.0%로,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 토지는 74.7%에서 63.5%로 각각 낮췄다. 공시가는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도 적용되는데, 이때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법정 하한선인 60%로 동결됐다. 이에 따라 12월 납부 예정인 올해 종부세는 지난해보다 2조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조만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공시가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로드맵 수정도 없이 공시가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법 위반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은 공시가 적정 가격을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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