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내년 성장률 2.0%…경기 회복, 예상보다 더딜 것”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부진 여전
대중국 리스크 속 수출 반등 지연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에 반도체 수출 회복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져 내년에도 성장세가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20일 ‘2024년 경제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산업연구원은 “정보기술(IT)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 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성장세가 둔화되고 건설 투자가 위축돼 내년에는 2.0%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금융연구원은 2.1% 성장을 점쳤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회복 시점과 반등 폭을 다른 기관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산업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 폭이 15.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자릿수 증가 폭이지만 올해 반도체 수출 감소 폭(-25.6%)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산업연구원은 “인공지능(AI)용 서버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지만 관련 산업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세가 더딘 점도 반도체 수출에 부정적이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완만하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출 감소 원인으로 작용한 ‘대중국 리스크’도 지속되는 것으로 관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상승과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중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 기계, 석유화학, 섬유 업종 전망이 어둡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은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소폭 회복이 기대된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전년 대비 5.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올해 수출 감소 폭(7.6%)을 밑도는 규모다. 민간소비 성장 둔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민간소비가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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