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케이블카, 시공사도 없이 ‘착공 버튼’

강한들·김기범 기자 2023. 11. 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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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훼손·적자사업 비판 속 밀어붙이듯 ‘첫 삽 퍼포먼스’
국비 안 쓰는데 총리까지 참석…“총선 앞 여당 지원” 지적
시민단체 현장 시위 “허가취소 소송 제기 등 끝까지 저지”

강원특별자치도와 양양군이 20일 설악산 오색삭도 하부정류장 예정지에서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을 열었다. 환경 훼손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은 데다 적자사업을 흑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시공사조차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첫 삽을 뜨는 시늉을 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이날 오후 양양군 오색삭도 하부정류장 예정 부지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을 진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진하 양양군수,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아직 시공사 선정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실제 공사는 내년 3월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월 전임 정부에서 환경 훼손과 경제성 논란 등으로 진척되지 못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였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오색케이블카에 투입할 예정인 사업비는 총 1172억원(강원도 224억원·양양군 948억원)에 달하며 국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2015년 최초 설계 당시 587억원이던 사업비가 물가 상승, 공법 변경, 건축비 인상 등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 투입될 사업비는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끝까지 사업을 막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착공식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공원공단을 상대로 공원사업 시행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인단에는 1120여명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는 헌법에 따라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헌법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며 “개발과 자본이라는 욕망이 가지는 폭력성을 친환경으로 포장하고,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채 개발의 칼날을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국비 지원이 0원인데 국무총리가 착공식에 참석할 이유는 총선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뿐”이라고 비판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2015년 양양군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환경부는 2016년 11월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했다. 2019년 양양군은 원주청에 보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냈지만 원주청은 같은 해 ‘부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하지만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는 원주청의 부동의 처분을 취소했다. 이후 2021년 4월, 원주청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청을 했고, 지난 2월 환경부는 전문기관들이 ‘재보완 이전보다 오히려 더 설악산을 훼손했다’고 봤음에도 조건부 동의를 내줬다. 환경부 스스로 국립공원인 설악산 개발 빗장을 풀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비공개 처리했으며 평가서는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강한들·김기범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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